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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검수의 날

급식 준비의 숨은 노력을 알게 되는 시간

by 급식이모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에는 식자재 검수에 1회 이상 학부모 참여 시 매년 시행하는 위생,안전 점검에서 우수 점수를 준다. 우리학교는 매주 수요일에 학부모님이 오신다. 수요일은 다먹는 날을 실시하고 있다. 즉, 일주일 중 가장 급식에 신경을 쓰는 날이라 다른날에 비해 들어오는 식재료의 종류도 많고, 양도 많다.

학부모님이 오시면 외부인용 가운, 일회용 위생모, 마스크, 일회용 장갑을 드린다. 중학교때 경험해보신 분들도 있고, 처음 하시는 분들도 있다. 위생화까지 신으시면 같이 검수실로 간다. 기사님께는 학부모 검수를 미리 말씀드리면 속도를 줄여주신다.

학부모 검수 시 중요하게 확인하는 것은 야채의 신선도이다. 주부들이시다보니 야채의 품질은 우리보다도 전문간의 눈으로 보신다. 전 글에서 말한듯이 박스 및 비닐봉지를 제거한 후 야채의 안 쪽까지 보여드린다. 토마토나 감자 등은 만져보신다. 농산물의 품질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을 때는 긴장된다. 평소보다 나도 꼼꼼히 보고 이상이 있을 때에는 바로 기사님께 교환요청을 한다.

여름 어느 날 한번은 박스에서 나온 호박들이 뭉개져있었다. 더워서 그런 것인지, 부서져 옆에 있던 호박들에게 짓무름이 다 묻어났다. 이럴 때는 신속한 대처가 정답이다. 해당 사진을 찍고, 기사님께 업체 전달을 부탁드린다. 학부모님에게도 이 과정을 보여드리면 오히려 학교급식에 신뢰도가 올라간다.


가장 신기하게 보시는 것은 들어오는 재료의 양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재료의 양과는 차원이 다른 것에 놀라신다. 급식인원 1200명에 3식(조식, 중식, 석식), 고등인 우리학교는 매일 보는 나도 놀란다.

양파 30KG, 당근 20KG, 대파 8KG, 마늘 5KG, 생강 1KG 는 매일 보는 친구들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큰~양파 1개가 200G이라고 했을 때, 1500배이다. 추가로 고기는 150KG, 쌀은 100KG를 사용한다. 햇반(1개 당 210G)이 4762개인 양이다. 한번 상상해보라. 흡사 농수산물의 매대와 벼 밭을 그대로 옮겨 온 것 같다. 이런 양을 보시고는 경악하신다. 이렇게 장장 1시간의 시간이 끝나면 학부모님들은 녹초가 되신다. 그 후 이 과정을 매일하는 우리에게 경의를 표하신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검수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조리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탈바꿈한다. 그 수고를 알아주시는 학부모님께 나는 더 감사를 드린다. 급식의 결과물을 사진으로만 마주하시다가 급식이 되기 전의 식재료들에서 조리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더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신다.

지침에 있어서 의무로 하는 학부모 검수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학부모님들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뒤에 가려진 급식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나에게는 고마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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