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중 하나, 부찬인 로제 떡볶이.
떡볶이의 양념은 완제품인 까르보나라소스에 버터를 녹여 고소한 풍미를 더하는 레시피였다.
배식 시작 시간 12시 20분에서 한시간 반 전, 11시쯤. 검식-배식 전에 음식이 원하는 맛으로 조리 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했다.
소스를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입에서 연탄냄새가 났다. 소스가 탄 것이다.
크림분말을 물에 푼 후에 버터를 녹여야했다.
하지만 이 메뉴를 처음 해보시는 여사님은 버터를 녹인 곳에 바로 가루를 넣었더니 90도가 넘는 온도에서 바로 타버렸다. 그 상태에서 조리를 하신 것이다. 꾸덕꾸덕해진 가루가 솥에 착 달라 붙었다.
팔 한쪽을 쭉 뻗은 길이를 가진 솥 두 곳에서 소스가 끓고 있었다. 다행히 한 솥의 소스는 타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절대 나갈 수 없다. 탄 맛나는 양념은 버린 후 새로 로제소를 만들어야했다.
500인분 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떡을 건져내어 물로 씻었다. 다행히 떡에는 탄 맛이 베이지 않았다.
식재료 창고에 있는 파마산 치즈 1k 4봉,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물엿을 동원하고,
생존해 있던 다른 한 솥의 떡볶이 소스 반을 덜어내서 섞었다.
처음처럼 진한 양념의 맛은 덜 했지만, 로제맛이 살아 있었다.
깨끗하게 물로 샤워를 한 떡을 다시 솥에 넣었다. 여사님이 새로 만든 소스가 잘 베이도록 열심히 삽으로 휘저으셨다. 앞 뒤, 앞 뒤, 앞 뒤,,,
원래의 소스 맛은 완제가루를 사용했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조미료 맛이 강했다면
새로 탄생시킨 양념의 맛은 더 건강한 맛이었다. 내가 더 선호하는 양념이었다.
주방 인원의 잦은 퇴사와 인력난으로 간단한 조리를 하기 위해 완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오히려 내가 원하는 양념이 탄생했다. 여사님들도 처음 제조해보는 양념이 성공적으로 조리 되어 뿌듯해하셨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탄 맛나는 떡볶이의 소생시간이 흘렀다.
12시. 새로운 로제 떡볶이가 탄생했다.
이 과정을 모르는 사람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만큼으로 맛있었다.
학생들의 추가 배식 줄이 배식대에서 급식실 절반 길이로 이어졌다. 그 모습이 한 시간의 혼잡했던 마음을 가라 앉혀줬다. 뿌듯했다.
실수하신 여사님을 나무라지 않았다. 다만 오늘의 실수 과정을 기록하시고, 다음 번의 조리에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말을 했다.
그 이후에는 같은 솥에서 돼지고기를 볶거나, 닭을 졸이거나, 계란을 스크램블 할 때도 조리가 완료 될 때까지 혹여라도 탈까봐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시고 자리를 지키시는 모습을 보고 감사했다.
나는 나 대로 내가 신기했다.
탄 맛나는 로제 떡볶이에게 배운 것은,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리'다.
5년간 영양사 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은, 화를 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인생에서도 그렇지만, 업무에서도 예상하지 않은 일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니 조리 과정, 검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곧 바로 해결방법을 생각하고 처리해서 메뉴가 정상적으로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터득했다.
나에게 고마운 로제 떡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