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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오늘도 무탈한 급식 시간이었다.
급식 메뉴는 바삭하게 튀겨진 통통한 황갈색의 치킨너겟. 내가 6개씩 배식을 했다.
배식할 때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많이 주세요" "하나 더 주세요" "두 개 주세요!" 이다.
많이 주어도 부족해 보이는 건 한창 성장할 나이라 이해한다. 하지만 혹시나 음식이 부족할 불상사에 대비하여 최대한 배식이 끝나고 추가로 주려고 한다. 장난끼 가득한 말들을 웃음으로 무마하곤 한다.
이 날도 어김없이 학생들의 '더 주세요' '너무 작아요' '많이 주세요' '더 먹고 싶어요' 등의 재잘거리는 말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낯선 문장이 들렸다.
"제가 혹시 치킨너겟을 조금 더 먹을 수 있을까요?"
빠른 바이올린 연주 속에서 묵직한 트럼펫 소리가 툭 튀어나온 것 같았다. 치킨너겟에 고정되어있던 내 시선이 학생에게 옮겨졌다. 1200명의 학생들을 매일 보다보면 익숙해지는데, 처음 보는 학생이었고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이렇게 예쁘게 말을 하는데 어떻게 주지 않을 수가 있을까. 편하게 할 수 있는 말을 최대한 정중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감동과 놀라움을 동시에 받았다. 그 말에 홀린듯이 나도 모르게 "그럼 그럼"하며 치킨너겟을 2개 더 식판에 올려줬다. 학생의 식판 중앙이 소복히 올라왔다. 다른 학생들에게 괜스레 미안했다.
평소에도 친절함에 잘 녹아내리는 편이다. 이 날 이후로 나에게 기억에 남는 학생중의 한 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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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친구와 레코드바에 갔다. 안주로 바삭한 감자칩이 나왔고, 순식간에 없어졌다. 평소대로 사장님 '이것 좀 더주세요'라고 이야기했을 테지만, 문득 그 학생의 말이 떠올라 빌려보았다. 그 학생의 말의 여운이 길게 이어졌나보다.
"사장님~ 혹시 감자칩을 제가 조금 더 먹을 수 있을까요?"
기분탓이겠지만, 처음보다 감자칩이 그릇에 더 가득 채워져 돌아왔다.
말은 전염이다. 말 한마디가 나의 또 다른 순간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학생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순수한 아이들에게서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