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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Jul 10. 2024

최종 오퍼! (feat. 시카고)

면접은 소개팅처럼

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카고에 왔다. ('23 여름) 


내 짝꿍이 미국 본사 직원으로 채용되는 바람에 가족 대이동을 결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적응을 못할 때를 위해서  육아휴직 2년을 사용했고, 그 시간 동안 미국에 더 오래 남을지를 결정하도록 미리 내 짝꿍과 합의했다. 만약 빠르게 한국으로 복귀한다면, 내 짝꿍이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높고 2년 (육휴 기간)이 지나서 복귀한다면, 내가 한국에서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웬걸 미국에 도착하니 물가는 상상 이상이었고, 예상보다 더 생활비가 모자랐다. 난 지금 시카고 위쪽인데 서울 물가의 2배 정도로 체감된다. 아무리 한국에서 생활비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왔다 한들, worst scenario에서 +30% 생활비더 잡아야는 게 현실정이다. (feat. 어린이집 비용)


아무튼 미국 도착 후 2개월 만에 이직을 준비하게 됐다. 참고로 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한국 대기업에서 13년간 근무했다. 특별한 경력은 없지만 무난하게 커리어를 발전시켜 왔고, 초긍정 마인드로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대략 50여 곳을 지원했고 11곳의 회사에서 면접을 봤다. 평균적으로 5번의 인터뷰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약 55번 정도 면접을 진행했다.


7개월 동안 약 50여 번의 면접을 거치면서 면접 절차, 문화, 연봉 협상 절차 등에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멘탈이 흔들린 적이 많았고 따라서 짝꿍은 본인 회사 적응하기도 바빴지만, 남편 위로하는데도 밤마다 시간을 보냈다. (미안해.. 고마워..) 최종으로는 industry가 상이한 2곳에서 오퍼를 받았고, (Public health/Agro & Pharmaceutical) 나의 background에 더 적합한 Pharmaceutical에 가기로 결정했다. 대략 승률을 계산해 보면 18% 정도이다.


앞으로도 브런치에 그동안 겪었던 면접 후기, 채용 과정, 연봉 협상, 업무 문화, 네트워킹 등 현실적인 얘기들을 더 기고할 것이지만 이번에는 제약회사 최종 면접 중에 느꼈던 바를 강조해보고 싶다. 


난 정말 로지 이번에 합격한 제약회사와 총 6회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더더욱 내가 채용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었다. 근거는 없지만, interviewer 표정, 워딩 등에서 나의 커리어와 그들 회사와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기뻐하는 interviewers를 봤을 때 점점 자신감이 생겼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어떤 일을 30까지 해봤냐고 물으면 난 130까지 해봤다고 사기꾼처럼 말하기도 했다. (사기꾼 포인트는 미국 채용 스토리 중 하나의 에피소드로 풀 예정)


아무튼 채용부터 최종 오퍼까지 3주 만에 진행됐고 (매우 빠른 편) 이제는 한국회사와 작별을 할 시간이 됐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 미국 채용 준비 중에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interviewer와 통하는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 포지션이 정말 가고 싶다면 어떡해서든지 나만의 총알을 준비하고 면접자리에서 자신 있게 내가 아는 것을 공유하며 공감대 및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 피면접자의 할 일 아닌가?


참고로 나는 면접 전날 우연히 제약회사의 외부 생산 공장 정보를 FDA 웹사이트에서 확인했고 그 공장과는 나도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렇게 컨넥션을 이어 나가며 line manager와 대화를 이어갔다. 물론 대화상으로는 한 개의 제품 총 생산물량의 10-20%가량을 위탁생산 맡기는 것 같았지만 그 회사와 나 와의 업무 경험, 나의 정보 검색 능력등을 높이 샀을 것으로 본다.


결국 면접은 나와 line manager 간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면 그저 실패한 면접이라고 보면 쉽겠고, (이럴 땐 좋은 결과를 기대를 안 하는 게 정신건강상 편함) 그와 반대로 소개팅에 나갔는데 검은색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상대방의 첫인상도 마음에 드는데 심지어 대화까지도 잘 통해서 너무 기분 좋게 애프터 신청을 서로에게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물론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게 많지만 느낌적인 느낌 관점에서 설명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니 독자분들께서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사실 manager와 좋은 대화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좋은 의미로) networking 도 한몫을 했다. 현지에 와서 느꼈던 것인데, 미국에서는 networking을 엄청 강조하고 그 안에서 이직 기회가 꽤 많이 창출되는 것이 느껴진다.


재밌다고 생각했던 포인트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학연지연으로 입사하거나, 특혜를 보는 경우, 뒷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해 낙하산의 기본적인 능력은 배재하고 일방적으로 깎아내리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지만 이곳 미국은 모든 것이 네트워킹이다. 추천제, VP, Director급들의 커리어 상담 활성화, LinkdIn 활용 (더 이상 구직활동을 위한 곳이 아닌 SNS 기능을 더 많이 하는 사이트로 성격이 바뀌고 있음), 회사의 내부정보 공유 등등 구직자 입장에서 골라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더욱이 미국사회에서 이 학연지연 현상을 배척하지 않고 적극 추천하는 것을 보면, 이직이라는 활동에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타인으로부터의 협조까지 더해져서 채용 과정 중에 모든 관계자가 시너지를 얻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사실 추천제는 채용과정에서 회사에도 많은 도움 (비용, 신뢰도 등)을 준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는 한국 회사와 그동안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텐데,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해진다. 그 궁금함을 모으고 나의 해석을 덧붙여 후속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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