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행 茶行

행다(行 茶)


차행(茶行)

마른 잎의 매듭이 끓는 물속에서 풀린다
온도는 속살을 달래며 길을 낼 때
찻물이 맑게 깨어나는 찰나를 기다린다
침묵이 한 겹씩 장벽을 타고 차오르면
허공으로 흩어지는 인연의 꼬리를 붙든다


꽃처럼 맺힌 해묵은 약속들
초록을 불러
버텨온 생의 마디를 짚는다
꽃과 열매로 거듭난 물이
찻잔 속에서 비로소 한 몸이 될 때
앞서가던 발자국이 멈춰 서고
해묵은 초록은 하얀 김으로 오른다


적당히 우려낸 침묵을 음미하며
잔 속에 머무는 길
걷는 길마다 수행이 된다
관음의 미소 같은 숨결
차밭을 건너 무심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