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버프 Feb 26. 2023

굿타임 | 시스템을 척진 자의 불안으로 가득  클로즈업


형 코니는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닉의 상담 프로그램을 중단시킨다. 상담의 갑작스러운 중단 후 두 형제의 이어지는 행동은 예상치 못하게도 은행 강도다. ‘버지니아 가서 둘이 살기’를 실현하기 위한 코니의 방법이자 사기라 생각하는 복지 시스템에 대한 코니의 대응은 절도인 것이다. 코니는 엄마(할머니), 복지, 감옥에 의존하는 걸 루저라고 생각하고 사회적 시스템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내치고 그가 선택한 방식은 시스템에 정면 충돌하는 범죄이고 그 충돌에서 이 하룻밤의 드라마가 기인한다.



상담의 중단, 이어지는 갑작스러운 강도 장면으로 시작되어 이야기의 끝까지 이어지는 것은 형제, 그중 특히 코니의 대결이고 이때 대결 상대는 그 둘을 제외한 세상과 사회라는 시스템 그 자체다. 시스템은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그들 주위에 편재한다. 빨간 색소, 경찰, 놀이동산 경비, 감옥, 복지 시스템, 네온 전등까지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시스템은 형제를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가려하고 코니는 이를 발버둥 치며 거부한다. 편재하는 것과의 대결을 선포했기에 코니는 언제나 예민하고 어떤 장면이든지 그와 세상 사이의 마찰로 생기는 긴장감, 불안으로 가득하다. 거부하며 도망가는 자의 연쇄적인 임기응변과 그를 옥죄어오는 세상. 결말은 정해져 있다. 편재하는 것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 날이 밝고 경찰이 찾아와 코니를 포위하고 추적하는 것을 높이서 찍은 부감 쇼트의 서늘함은 앞선 하룻밤 동안의 코니의 여정을 요약한다. 레이(코니가 닉으로 착각한 남자)는 택시 기사의 형태로 나타난 시스템을 피하려다 차에서 떨어져 얼굴을 다치고 경찰의 형태로 나타난 시스템을 피하려다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 잡혀서 철창 뒤에 갇힌 코니는 죽기 전에 구출된 셈이고 정신과 의사의 말에 따르면 '원래 속하던 곳으로 간 것'이다.



범죄자가 도망가다 잡히는 굿타임의 이야기가 권선징악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형제의 무력감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경찰차에 앉아 철창 뒤에 갇힌 코니와 결국은 복지 센터로 돌아온 닉. 매치 컷으로 연결되는 둘의 얼굴은 사회에 속하기를 거부하다 사회로 귀환한, 움직이다 결국은 멈춘 자들의 것으로 저항의 실패로 인한 허무와 피로감으로 차 있다.



하지만 사프디 형제는 이 멈춤을 발버둥 치던 인간의 전락으로 보지 않는다. 닉은 그전까지 거부하던 시스템의 방식대로 움직이는 것을 배운다. 방을 두 번 가로지르는 것은 코니의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제자리에 돌아오는 행위지만 그때 제자리로 돌아온 닉에게는 소속감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맺힌다. 전자기기 빛으로 둘러싸인 하룻밤의 꿈을 꾸다 날이 밝아 꿈에서 깬 후에 느껴지는 허무함의 꼬리에 희망을 제시한다. 유리를 넘어 보이는 마지막 쇼트의 움직임은 수직으로 찍혀 그 역동성이 최소화된다. 갇혀 있고 꿈이 무너진 상태에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음을 넌지시 드러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르 | 소셜미디어 시대에 마에스트로가 존재하는 방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