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토프 Oct 05. 2021

바닥을 찍었다 (코로나 확진 기록&잡다한 생각)

 3일째 항히스타민에 취해있어요

9월 29일- 나 확진

9월 30일- 첫째 확진, 둘째, 셋째 음성

10월 1일-둘째, 셋째 재검사/나 병원 입원

10월 2일- 둘째, 셋째 확진


4일 동안 매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어쩜 그렇게 매일이 최악일 수 있는지. 나의 촉은 반만 맞았다. 나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 둘째, 셋째도 코로나 일 거라 생각했는데, 셋째는 증상이 있던 날부터 가까이 가지 않았던 터라 생각도 못했다. 열이 살짝 오르고 기침을 하기 시작한 둘째만 양성을 의심했다. 그런데 둘 다 양성이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데, 시간차를 두고 이런 결과를 보게 되니 미칠 노릇이었다. 아이들 셋이 한 번에 양성이었으면, 내가 어떻게든 그 집에서 남아 아이들을 간호했을 텐데. 거기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안된다던 재택치료는 내가 병원에 오고 난 뒤에야, 기사가 나오더니, 자리를 잡기 시작했나 보다. 타이밍이 참...


입원 5일째, 증상 발현 9일째인 나는 가래 기침을 하긴 하지만, 해열제 없이 이틀째  정상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정해진 일주일은 채워야 하기에 퇴원은 못하지만, 컨디션이 너무 멀쩡해서 여기에 있는 것이 민망하다. 오전에 채혈과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애초에 바이러스양이 적긴 했지만, 입원은 더 해야 할 것 같다 하셨다. 바이러스양이 적었음에도 나는.. 발열, 근육통, 두통, 헛구역질, 가슴통증, 등 통증, 현기증, 기침, 빈맥, 가래, 후각 미각상실, 눈 통증, 귀 통증, 코막힘, 콧물 증상을 겪었다. 다행히 최악이던 상황에서 폐는 깨끗하다는 희소식이 하나 있었다. 집에 있었다면 피할 수 없었겠지. 병원에 와서 기침가래약, 항생제, 항히스타민, 해열제를 먹으니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난 게  아닌가 싶다. 집에서 이미 5일을 타이레놀만 들이부었으니, 처방약이 어찌나 반갑던지. 집에서 아플 만큼 아프고 와서 억울하긴 하지만, 이 정도에서 회복한 건 분명 다행인 일이다.


병원에서 주는 약을 보니, 기침하면 기침약, 코 막히면 항히스타민, 염증 수치가 높으면 항생제. 코로나라고 나는 증상 완화 약은 쓰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반 감기와 다를게 없이 처방약을 주시기에, 이런 정보들을 국민들이 알게 된다면 코로나에 대해 조금은 덜 답답해하지 않을까 싶더라. 치료제가 없다는 얘기만 듣다가, 막상 여기 와서 보니  겁먹을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첫째가 비염으로 일주일 처방받은 약들은 그나마 코로나가 심해지지 않게 해 준 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스타민과 급성 호흡기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던 아들은 금방 기침이 잦아들고, 열도 오르지 않았다. 얼마 뒤 둘째가 코가 막혀 답답하다기에 구비해둔 항히스타민제를 먹게 했고, 아이는 이틀 뒤 컨디션을 회복했다.


아직 재택치료 체계가 완벽하게 잡히지 않아, 집에 항히스타민제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보건소에서는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대리처방도 받아다 준다고 했다. 기침 시럽이나 해열제등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약들은 금방 구해다 주신다.


내가 엄청나게 많은 어린이 코로나 확진 후기들을 검색해서 내린 결론은. 아이들은 4일 이내에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고, 고열을 지속되어 폐렴을 의심할 만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열도 이틀 정도 오르다 내리고. 기침이나 다른 증상들도 상당히 가볍다는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4일이 지난 지금 정상체온을 유지하고 있고, 계절마다 앓던 급성기관지염에 비하면 아주 말도 안 되게 경미한 증상만 보이며 회복했다.



육아 때문에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불가능한 경우는 재택치료를 하고, 혼자 살거나, 무증상이거나 집에 고위험군이 있는 경우는 생활치료센터로, 증상이 3일 이상 있는 경우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병원도 증상의 정도에 따라 병상을 나누어 환자를 받고, 일주일, 열흘 정해진 날짜에 맞추어 퇴원을 결정하지 않고. 환자의 회복상태에 맞추어 내보내면, 병상 순환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역학조사담당, 자가격리 담당, 이송 담당, 재택치료 담당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서 통화하면서 답답했다. 한분이 역학조사부터 자가격리, 이송, 재택치료 쭉  담당해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분들도 다른 과에 전달하고, 문의하고 더 번거롭지 않을까. 몇 가구를

담당하다 보면 그 집의 사정이 파악되어 다음 업무로 이어나가는 게 훨씬 쉬울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한 말 남편이 또 하고, 다음 날 또 얘기하고 참 정신없었다)



남편은 오늘 재검을 했다.

음성이 나온다면, 둘 중 하나다.

백신 2차 접종 완료자라 무증상으로 나머지에게 퍼뜨리고 티가 안 났고 이미 완치됐거나, 정말 안 걸렸거나. (우리 집 빌런은 누구인가)

첫째가 기침하던 날보다 일주일 전에, 남편도 기침을 살짝 사나흘 했었다. 둘째 빼고 넷은 용의 선상에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막내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인지 잡아낼 방법은 없다. 심심해서 이러는 거다. 여긴 티브이도 없고, 칸막이 커튼도 없고, 병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그래도 불평하지 말고 묵묵히 버텨야 한다. 방호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엄청 작은 방진마스크를 낀 의료진들이 있으니, 모든 것에 감사하고 감사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그가 찾아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