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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토프 Oct 07. 2021

입원 마지막 날 일기

만복이네 식구들  힘내고 든든한 가족이  있단다

그리고 엄마의 큰 힘이 있다는 것 감사하자

우리 모두 파이팅


오늘도 힘내고 파이팅합시다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으로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많이  힘든 우리 큰딸 가족 잘하고 있네요    사랑한다


오늘도 좋은 날을 위하여

모두 힘내고

파이팅합시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좋은 것 많이 생각하면서


오늘도 감사한 하루가...



이 모두 아빠와 엄마의 따뜻한 말씀되시겠다.



나는 이런 말이 너무 싫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지금처럼 문제 상황의 중심에 놓여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는 더더욱 싫다.

나는 내가 문제를 해결하고 예측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병실에 갇혀서 아이들을 내 눈으로 보지도 못하고,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하고, 간간이 전달받는다.

  내 힘으로 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내일은 퇴원 가능 수치에 충분히 도달할 것 같아 오늘 두 번째 검사를 진행했다. 병원에서는 퇴원을 하게 되면, 일주일만의 퇴원이니 집에 가면 안 될 것 같다며 다른 숙박업소에 가라고 했다. 나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보건소에 문의하라고 하셨다. 보건소에서는 유전자형 때문에 그러시는 거 같은데, 가족 간 전염에서는 보통 한 가지  유전자형이라 집으로 가서 자가격리를 해도 되고, 오히려 남편이 자가격리를 해야 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하셨다. 나도 아이들도 전염력 수치가 괜찮아졌을 텐데 그래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재감염을 우려하는 것은 알겠으나, 그건 한쪽이 완치되었을 때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말이다. 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될 걸 그랬다.


아무튼, 이미 바닥을 찍어서 어떤 상황이 돼도 정신이 나가진 않을 거다. 나도 안다 어떻게든 시간은 지나가고 그렇게 바라던 10월 8일이 온다는 것. 그 생각으로 버텼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말도 필요 없었다.

지나가는 1분 1초가 다 싫었다.

딱 여기서 나가는 그날만 생각했다.


보건소 직원이 집에서 자가격리는 3일인데 아이들 재택치료 종료 날까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 정도는 나에게 아무 일도 아니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하루 나갔던 나에게 외출금지는 늘 해왔던 것이다. 병원에서 나가 아이들만 볼 수 있다면 뭐든 할 것 같다. 재접근기가 시작된 막내 아이가 자다가 엄마를 찾으며 운다. 왜 엄마의 살만 맞닿아야 하는 건지, 아빠는 안 되는 건지 참으로 궁금하다. 나가고 싶어서 아빠에게 안으라 했다가, 나가지 않으니 다시 내려놓으라고 떼를 쓴단다. 잊고 있었다. 16개월 그 아이도 사람인 것을. 혼나는 거 알고 냅다 도망가는 알 거 다 아는 아이였는데, 그저 아무 생각 없는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다. 가장 힘든 게 너겠지. 입맛 없는 셋째에게 뭐라도 더 먹이려고 짠 과자와 과일을 주문했다. 장난감도 4종류나 샀다. 하나라도 너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아이들이 웃어야 웃을 수 있겠지.


코로나 걸렸으니 무서울 게 없어서 우리도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식당에 가고, 어린이집에도 보내고, 쇼핑몰도 가려고 했는데.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또 뿔뿔이 흩어지는 건 겪고 싶지 않다.

다시 걸리면 더 아픈가요? 물어봤어야 하는건데.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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