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무슨 상황이지?'
까만 공간 한가운데 수정이 놓여있다. 그 공간의 깊이도 높이도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짙은 어두움이었다. 저 멀리 후광을 보이며 두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정확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수정에게 느껴졌다. 그들이 가까이 오고 나서야 수정의 형체도 드러났다. 수정은 할머니에게 찡긋 눈인사를 하고는 옆에 있는 그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분이 맞으실까요?"
"그렇다."
"아, 정말 이런 모습이군요. 그래서 이게 더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네요. 제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봐요."
"그래서 그런가 별로 놀라는 눈치가 아닌듯한데? 두려운 구석도 하나 안 보이고 말이야."
"그런가요? 그런데 저도 데리고 가실 건가요?"
"저도라니? 할머니는 내가 데리고 갈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던 거냐?"
"할머니 표정이 너무 편안해 보이 셔서요. 제가 좀 그래요. 혼자 관찰하고 판단하고 결론짓고. 그래도 꽤 적중률이 높은 편이라..."
"제법이구나. 그럼 너의 앞날은 어찌 될 거 같으냐?"
"앞날이라 하신걸 보니 앞날이 있긴 한가 보네요. 병상에 누워서 지낼지,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 그런 예측을 해봐야 하는 건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구나. 앞날은 있으나, 어찌 될지는 네가 결정해야 한다. 물론 병상에 누운 채로 살고 싶지는 않겠지. 그건 걱정 마라 이 할머니덕에 너는 복을 받았으니."
수정은 할머니를 바라보며 조금은 안심한다.
"죽지 않는 것만으로도 복인데... 아 할머니 죽는 게 뭐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당황스러워하는 수정의 손을 잡고는 할머니가 말한다.
"괜찮아요 애기엄마. 난 갈 때가 되었던 것뿐이야. 재수가 없었던 게 아니라고."
"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다시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수정은 울먹거리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앞날을 제가 결정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얼 말씀하시는 거죠?"
다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다.
"그전에 물어볼게 하나 더 있을 텐데?"
"할머니덕이라고 하신 거요. 그게 이해가 안 되긴 해요. 제가 할머니를 돕다 생긴 사고였으니, 제가 할머니를 도와드린 덕에 복을 받는다라고 하셔야 하는데 그런 뉘앙스는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요... 혹시 제 속을 꿰뚫고 계세요?"
"아마도?"
"뭐 상관없긴 해요. 원래 거짓말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래서 할머니덕은 뭘까요? 할머니 혹시 삼신할머니세요?"
수정의 말에 할머니와 저승사자는 한참을 웃었다.
"네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긴 했구나. 이제 할머니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