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

나에게도 이런 일이?

by 에토프

얼마 전, 셋째 아이의 이유식을 주문했다. 완료기 밥 34팩, 국 16팩. 집 앞에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 세 개가 높게 쌓여있었다. 우리 동네는 저녁시간에 배송되는 곳이라 아이를 재우고, 뒤늦게 포장을 풀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내가 이렇게 많이 시켰나.


셋째 아이를 낳은 뒤로 인터넷 쇼핑에서 중복구매를 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취소하지 않고 결제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여름 더위에 이유식이 상할까 봐 일단 다 꺼내어 냉장실과 냉동실에 나누어 담았다.

세고 또 세어봐도 이상해서, 구매내역을 찾아보았다. 완료기 밥만 중복 배송이 된 것이다.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채팅창으로 빠른 연락 부탁드린다고 남겨두고,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다.


수거해가면 분명 폐기할 텐데, 그냥 먹는다고 할까.

오배송인데 그냥 먹으라고 하려나. 입금하라고 하면 해야겠지. 냉장고 꽉 차서 나도 불편한 건 있으니까 좀 깎아달라고 해볼까. 별별 생각을 다했다.


다음날 아침.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주문량이 많을 때 가끔 그렇게 중복 배송이 돼요.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수거를 하게 되면 폐기하게 되거든요. 지금 이유식을 하루에 세끼 먹으니까 금방 소비될 거 같으니 그냥 이용해주시면 돼요.


네? 그냥 비용 내지 않고 먹으면 된다고요?


네~너무 많으면 냉동실에 두시고, 수분이 마르니까, 먹이기 하루 전에 냉장실에서 해동시켜서 이용하시면 돼요. 완료기 밥은 저희 직원들도 자주 먹으니까 부모님께서도 식사대용으로 드셔도 좋을 거예요.


네~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다시 한번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런 상담전화는 처음이었다. 나는 그저 중복 배송이 된 것 같아요 말했고, 어떻게 말할까 고민했던 말들은 하나도 쓸 일이 없었다. 뜻밖의 횡재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점심식사를 사러 간 곳 근처에 명당으로 불리는 곳이 있었다. 이 기운이 이어지나 보고 싶어 오랜만에 복권을 샀다.


연금 만원이요~


복권을 받고 가게를 나와서 봉투 안을 보니 로또가 들어있었다. 평소 같으면 사장님이 마스크 때문에 못 들으셨나 보다 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텐데. 그날은 왠지 꼭 연금복권을 사고 싶었다.


사장님 저 연금 만원이라고 했는데, 로또를 주셨어요~


만원 드려요?라고 내가 물어봤잖아요.


(아... 그 만원이 그 뜻이구나)


교환해주시면 안돼요?


로또는 등록이 돼서 그럴 수가 없어요.


네~~ 그럼 사장님 기운 믿고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명당을 나서는데 기분이 좋았다. 나는 찍는 데는 소질이 없었고, 경품 당첨에도 운이 따른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사려던 것이 아닌 게 내손에 들어왔는데도, 타인의 좋은 기운이 나에게 옮겨 오는 듯했다.


그리고 추첨날인 오늘, 나는 오늘의 운세를 검색해보았다.

재물운 마지막 줄에 로또를 한다면 신중히 고르는 숫자보다 대충대충 고르는 숫자에 행운이 깃든다고 쓰여있었다. 오, 오늘은 무조건 되는 날인가.


당첨번호가 뜨자마자 종이를 꺼내어 놓고, 떨리는 심장을 심호흡으로 진정시키며 맞춰보기 시작했다. 당첨번호 6개가 한 줄에 적어도 2개씩 10줄 모두에 들어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내 복권중 최고 성적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3개가 맞아서 처음으로 5천원에 당첨됐다.


명당은 명당이구나. 운세도 맞긴 맞았네.


3등이라도 될까 봐 조마조마했던 나는, 어느새 5천원 당첨에도 방방 뛰고 있었다.


교환하러 가는 날, 사장님한테 첫 당첨도 자랑하고, 감사인사를 꼭 해야지. 아. 연금복권도 더 사고. 로또도 5개만 더 해야겠다.


행운이 더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냥 오늘처럼 가끔씩은 좋은 기분이 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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