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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토프 Aug 02. 2021

성냥팔이 소녀와 양초팔이 소년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어휴, 여보 정신 차려봐요.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성냥도 많이 못 팔았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예요.

아빠는 오늘은 성냥이 잘 팔리는 날이라고 신이 나서 나갔는데, 어쩐 일인지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엄마를 슬프게 하네요.


"동생 재우고 올 테니까, 책 보고 있을래?"


엄마가 방에 들어간 사이, 나는 성냥 꾸러미를 들고 밖으로 나왔어요. 어느새 어둑해져서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집집마다 창문 사이로 주황색 불빛과 맛있는 냄새가 새어 나와요.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사람들은 날 쳐다보기만 하고, 성냥을 사지는 않아요. 혼자서 옷을 챙겨 입었더니 조금 춥네요.

아! 나는 하나, 둘 성냥을 켰어요. 그런데, 조금씩 잠이 오네요. 잠들면 안 되는데... 엄마가 날 찾을지도 모르는데...


음~~ 맛있는 초콜릿 향기가 나요. 엄마도 아빠도 나를 보며 웃고 있어요


"얘, 정신 차려! 잠들면 안 돼!"


누군가 날 흔들어요, 눈이 부셔서 눈이 천천히 떠졌어요. 내 입에서 달콤한 초콜릿 맛이 나요.

내 앞엔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어요. 그리고 내 곁에 엄청 많은 양초가 불을 밝히고 있어요.


"다행이다. 딱 하나 있던 초콜릿인데 깨어나지 않을까 봐 무서웠어."


"고마워~ 추위에 떨다 죽음을 맞이하는 슬픈 동화 속 주인공이 될뻔했네. 그런데 이 양초는 다 뭐야?"


"아, 양초를 팔러 나왔는데. 네가 얼굴이 파랗게 변해서 쓰러져있길래 내가켰어. 그리고 네 성냥 한 개는 내가 썼어. "


나를 구해준 이 아이는 아빠와 단 둘이 산대요. 아이도 저처럼 아빠 몰래 돈을 벌러 나왔대요.


"너 양초 몇 개 남았어?"


"다섯 개."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나는 제일 맛있는 냄새가 나고, 제일 크고 좋아 보이는 집을 찾았어요.


"누구세요~"


"혹시 양초랑 성냥 안 필요하세요?"


인상이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이 문을 열었어요. 아주머니는 돈을 가지고 오겠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힐끔힐끔 우리를 쳐다보는 여자아이도 보여요. 돌아온 아주머니 손에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 쿠키가 있네요.


"감사합니다~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날 구해준 남자아이와 이틀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나는 아빠 손을 잡고, 약속 장소로 갔어요.


"양초 만드는 곳 어딘지 알지?"


우리가 도착한 곳에는 새하얀 양초가 가득했어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저희 아빠는 성냥을 파시는데요. 제가 아주 기똥찬 생각이 떠올라서요"


아저씨는 내가 특이하다며, 얘기나 한번 들어보자고 하셨어요.


"왜 양초가 다 하얀색이에요? 빨주노초파남보 여러 가지 색이 있는데, 양초에도 색을 입혀주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이건 진짜 특급 비밀인데요. 양초가 탈 때 초콜릿 향기가 나게 만드는 거예요. 온 집안에 달콤한 향기가 나도록."


제 얘길 을 듣고 있던 셋은 깜짝 놀랐어요.

아저씨는 어쩌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며, 만들어 보겠다고 하셨어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제 기똥찬 생각을 팔 테니, 저희 아빠도 여기서 일하게 해 주세요. "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가 저희 집으로 찾아오셨어요. 그 맛있는 냄새가 나던, 우리의 성냥과 양초를 모두 사주었던 아주머니와 함께요.


"제가 양초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투자할게요."


아주머니는 제 또래의 딸을 키우시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래요. 그날 이후에,

당차게 성냥과 양초를 팔던 우리가 생각나서 양초공장을 찾아갔던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결심을 하셨대요. 



아빠와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투자 덕분에 더욱더 열심히 연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내 생각보다 더 멋지게  양초를 만드셨어요. 글쎄, 레몬향이 나는 레몬색 양초를 만드는 것도 성공했대요.


"딸, 정말 고맙다. 아빠가 다시 일을 하는 게 기쁘고, 행복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말이다. 성냥을 팔러가 보니, 너만 한 여자아이들이 아빠 손을 잡고 예쁜 옷을 입고 모두들 행복해 보이더구나. 내가 우리 딸 예쁜 옷도 하나 못 사주고, 너무 못난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어... "


나도 알고 있었어요. 아빠 대신 성냥을 다 팔아버리려고 나갔던 그날.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오늘은 학교에 가는 날이에요.

학교 가기 전에 들를 곳이 있어요. 생명의 은인을 깨우러 가야 해요. 얘는 잠이 너무 많아요.


"일어나! 학교 가야지! 양초만 팔기엔 우린 아직 가능성이 많은 나이라고!"


"나 그냥 양초 팔면 안 돼?"


"너 그날 기억 안 나? 너도 나 못 만났으면 양초에 불도 못 켜고 슬픈 동화 속 주인공 됐을걸? 너 돈 계산 잘해? 덧셈 뺄셈 잘해? 공부하면 양초 더 많~~~ 이 팔 수 있어. 얼른 일어나."


"근데 넌 왜 열심히 다녀? 요즘 양초랑 성냥 묶어서  엄청 많이 팔린다며."


"난 사실 말은 잘하는데, 글자 읽는걸 잘 못해. 그리고 나는 양초랑 성냥만 파는 일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많거든."


나중에 어떻게 돈을 벌고 살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꿈이 뭐냐고 계속 묻는데, 나는 아직 내 꿈을 정하지 않았어요. 꼭 정해야 하는 걸까요? 나는 그냥 지금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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