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우리 아이의 모습

선생님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by 에토프

두 번째 직장이었던 곳에서 혼났던 에피소드 중에 대형사고가 있다. 이때는 원장님한테 혼났다. 이곳은 상담전화 후 모든 기록을 데이터로 남겼다. 간단한 공지마저도 60명의 아이들에게 다 전화하도록 시키는 곳이었다. 그날은 강사 교체 후 인사도 할 겸, 그간 지켜본 아이의 학원생활을 간략히 전달하면 되는 상담이었다. 인사를 하고, 내 소개를 하고,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가 조금 산만하긴 한데요,
문제 푸는 건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제도
곧 잘 풀어요~계산도 빠르고요.


분명 조금 산만해요 한마디 뒤에 무수히 많은 가짜 반, 진짜 반 칭찬을 늘어뜨렸는데, 원장 선생님께 직통전화가 갔다. 어디 애한테 산만하다는 얘기를 하냐고, 상담기록 안 읽어봤냐고. 이 학부모가 데려온 아이들이 몇 명인지 아느냐고. 자리에 돌아와서 상담기록을 읽어봤다. 그저 좋은 글만 가득했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산만해서 산만하다고 한 건데,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수업도 그 아이 자세와 태도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봤는데도 나는 그 짧은 한마디 산만함을 거론하면 안 되는 거였다.

아이의 상황을 말해주면 안 되는 걸까, 왜 온갖 포장만 해놓았을까. 그럼 저 아이 엄마는 계속 진짜 모습은 모르고, 좋은 말만 듣다가 나중에라도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냐고 따지지는 않을까. 나는 그저 아이의 단점도 학부모가 아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알린 것인데 이렇게 큰 후폭풍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다음날 조회시간, 원장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상담 전화할 때 학부모님들에게 아이의 상태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세요.


네???

나는 왜 혼났던 것 일까.


보통 부모들은 자신들이 미처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되면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발달지연 같은 경우 주변 지인들이 어렵게 상담을 권해보아도, 부모들이 인정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도 객관적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세 번째 직장에서 거짓말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정확히는 의심은 가는데 물증이 없었다. ) 너무나도 들킬게 뻔한 거짓말이라 한 번은 넘어갔는데, 또 그러길래 전화를 걸었다.

아이가 이러저러해서 숙제를 못해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만, 처음에는 그러려니 넘겼는데 (말이 안 되는 스토리였다. 옆에서 듣던 팀장님도 눈여겨보고 계셨다. 전화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다음에 또 이러저러해서 문제집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더니 오늘은 어떻게 문제집을 챙겨 왔다. 심은 가는 상황인데 증거는 없다. 계속 이러면 수업받는데 지장이 있을 거 같아 전화드렸다. 어머님도 아이와 대화를 해보셨으면 좋겠다.


돌아온 대답은 감동적이었다.


"제가 맞벌이를 해서 저희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는데, 사실대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보통은" 네? 저희애가요?"

다음에 "그럴 리가 없는대요"이다.


나도 나중에 엄마가 되면 이렇게 인정할 줄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선생님들도 부모가 들으면 걱정할만한 사항을 얘기하기 위해서 수도 없이 고민한다. 믿든 안 믿든 어차피 부모 몫이지만, 반 정도는 믿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부모인가 선생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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