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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토프 Aug 07. 2021

 '현질'을 대하는 자세

정답이 없어서 어려운 육아

어제 조회수 만을 찍고, 오늘은 글이 내려갈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만을 훌쩍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이렇게 심장은 더욱더 널뛰기하고 불안해지는지. 만 명 앞에서 춤추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찌할 바 모르며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셋째를 재우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는데 익준이가 송화에게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이 어떤 거냐 물었다. 평소 음식을 사랑하는 둘째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두 아이가 동시에 나를 보며 말한다.


엄마의 사랑


가뜩이나 콩닥콩닥 난리가 난 내 가슴에 치명타를 입히다니.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행복한 건지 무서운 건지 모를 마음으로 아들에게 잘못을 하고 말았다. 




 브롤 스타즈를 하는 아들이 그렇게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상점에 떴는데, 5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며, 현질을 외치고 있었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내 기준) 우리나라에서 제일 행복한 초등학생 아들의 소망은 현질이다.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었어야 하는데, 잠시 판단력을 잃고 아빠 오면 상의해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평소 갖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 둘째와 달리, 첫째는 물욕이 많지 않다. 그래서 갖고 싶다는 게 생기면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현질만큼은 남편과 의견이 갈렸다. 세뱃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하나 사도 된다고 두 아이에게 허락했는데, 아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15000원 현질뿐이었다. 남편은 어차피 모바일 상에만 존재하는 것을 굳이 돈을 써서 사야겠느냐, 게임이 인기 없어지면 무료로 나오기도 하고, 게임이 사라지면 쓸모없게 되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현질을 반대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그렇게 원하는 거면 한번 결제해주고, 기쁜 마음이 얼마나 가는지 지켜보자고 했다. 금방 또 다른 아이템이 눈길을 사로잡흔들린다면, 다음부터는 허락하지 않겠다 했다. 별거 아닌 것을 깨달으면 더 원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팽팽하게 대립하다가, 금액으로 따지면 동생이 쓰 가격에 한참을 못 미치는 터라 마음이 약해져서 내가 허락을 했었다. 그렇게 원하던 아이템을 설레는 마음으로 결제 아들은 15분  더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아이템이 또 사고 싶어 져. 그런데 계속 현질을 시켜줄 수는 없어. 차라리 레고처럼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잘 말해놓고는. 엄마의 사랑 한마디에 무너져서 1년 만에 또 아들을 설레게 했다.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더 나빠 처음부터 아빠랑 얘기해본다고 하지나 말지! 아빠처럼 끝까지 안된다고 했어야지!


그렇다 희망고문은 진짜 나쁘다. 하루 종일 눈만 마주치면 미안해, 잘못했어를 말하며 아이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행복한 초등학생은... 어쩌면, 학원에 다니지 않고 실컷 게임하며 현질 하는 아이일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아, 오늘은 반성의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교육에 대해서는 굳건한 신념이 있는데, 게임은 정말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메타버스에서 노는 것이 일상이다. 나는 메타버스가 낯설지만, 아이들은 그 세계에 익숙하다. 어찌 보면 현질은 메타버스에서 레고를 사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단지 그 세계가 없어지면, '우리가 손에 만질 수 있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다'이유로, 계속 단호하게 현질을 거절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헷갈린다.  싸이월드에 도토리 구매해서 룸도 꾸미고, BGM도 깔았던 것처럼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은데...


시대는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도, 어느새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다. 나의 아이들은 나와는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텐대 블럭과 종이, 색연필을 쥐어줘야 할지, 태블릿pc에 터치펜을 쥐어줘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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