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우아한 복수

복수를 해봤어야 알지

by 에토프

입이 근질근질했다.

네가 못한 일을 내가 해냈다고 말하고 싶어서.

다음 포털에 두 개의 글이 올랐고, 조회수가 토털 7만이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생활비 받으며, 집에서 애만 키우는 사람 아니라고 대들고 싶었다.

남편이 몰라도 이미 혼자 충분히 통쾌했고,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어제 근질근질하던 입이 터져서 남편이 출근하기 바로 직전에 슬쩍 한마디 던져보았다.


"너는 브런치 안 해?"


3년 전 나에게 먼저 브런치 얘기를 했던 사람이었다. 전직 pd였던 사람이 브런치를 통해서 글을 올리고 책도 냈다면서 관심을 보였었다.


"나는 브런치 작가 됐는데? 나 다음이 선택한 작가야. 쓴 지 열흘도 안돼서 두 번이나 메인에 떴어. 조회수가 4만, 3만."


남편이 입술을 깨물고 나를 째려봤다.

자존심이 엄청 센대 잘 건드린 것 같았다.

쉬지 않고 공격에 들어갔다.


"혼자 읽고 혼자 쓰면 뭐 하니?"


그런 내가 너무 얄미워 보였는지 그만하라며 입을 막으려고 하다가 남편이 내 손목을 잡았다.


"아파 어디 작가님 손목에 손을대!"


내입은 끝까지 촐싹거렸다.

오랜만에 남편에게 거들먹거리며 큰소리를 내보았다.


"나는 떨어졌어."


의외의 답이었다. 안 해본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던 것!


"아니 논술강의도 한 사람이 그걸 떨어진다고? 그래 작가 승인이 쉽지는 않다고 하더라. 나도 몰랐어. 펜트하우스 못 본 날 열 받아서 신청하고 떨어졌는데, 그날 바로 다시 신청해서 두 번 만에 됐어. 글 하나 올렸는데 되던데?"


남편이 또 째려봤다.

아이들은 본인들 싸움처럼, 남편과 내가 비아냥거리며 툭툭 던지니 불안했나 보다.

더 하고 싶었지만 장난을 싸움으로 보는 아이들 때문에 더 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남편의 반응이 크지 않아서 실망했다. 나름 복수했다고 생각하며 기뻤는데, 막상 상대가 나의 복수를 알고 나니 별거 아닌 게 되는 기분이었다.


아, 그냥 말하지 말걸.


나는 고통을 참는 인내심은 대단한데, 내 입은 반의 반도 못 따라와 준다. 공모전이라도 하나 당선되고, 진정한 작가가 돼서 떵떵거릴걸 그랬나 보다. 살면서 내가 복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남편이 처음이라 너무 몰랐다.


복수는 상대방은 모르고,
나 혼자만이 알 때 제일 통쾌하다




명심해야겠다. 그리고 나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남편이 내가 어떤 글을 썼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보여주기는 싫다. 남편은 '너는 글쓰기를 너무 쉽게 하는 거 같다. 나는 어렵다'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말하는 게 쉽냐, 글 쓰는 게 쉽냐? 말하는걸 글로 쓰는 게 왜 어렵냐? 말하는 건 뱉고 나면 고칠 수 없어서 더 어렵지 않으냐."
나는 그동안 쓰는 게 더 쉬웠다. 말은 표정과 말투 때문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기는 싶지만, 두 번 생각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 때문에 상대방을 불쾌하게 한 적도 있어서 말하는 것이 조금 더 조심스럽다. 글을 쓰는 건 생각을 깊게 하고, 글자를 써 내려가면서 한번 읽고. 다 쓰고 또 읽고, 맞춤법 보다가 또 읽고. 기회를 많이 줘서 좋다. 내가 어려운 단어를 써가며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잘 이해되는 말이 좋듯이, 잘 읽히는 글이 좋다 생각한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쉽게, 짧게 말하는 버릇이 글에도 녹아든 게 아닐까. 그냥 나는 계속 쉽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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