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15

꽃이 피었고, 꺾였다

by 에토프

새해가 밝았고, 둘은 여전히 사랑하며 추운 겨울을 이겨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연우의 정교사 합격 발표날. 연우는 합격소식을 현서에게 제일 먼저 전하며 기쁨을 나눴다.


"나 합격했어! 집에도 아직 전화 안 하고, 너한테 제일 먼저 말한 거야~"


현서는 연우에게 그런 존재였다.


"진짜? 축하해! 잘됐다!"


연애도 취업도 꽃길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연우는 정교사로 채용된 후 담임업무가 추가되어 더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현서는 4학년 이수학점을 채우느라 대학입시 때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했다. 맡고 있던 과외도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둘은 예전처럼 매일같이 볼 수 없었지만, 연락을 자주 하며 연애를 이어갔다. 바쁜 평일을 보내고 만나는, 주말 하루 데이트가 그들의 힐링이었다.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고 싶었던 멋진 카페에 가서 달콤한 커피를 마시고, 이사진인지 저 사진인지 모를 무수한 커플사진을 남기고, 서점에 들러 책도 보고, 벚꽃이 만개한 공원을 거니는 평범한 데이트였다. 그래도 그들은 만나는 날마다 새로웠고, 행복했다. 들이 요란하게 챙기는 100일 기념일도 그들의 연애처럼 수수하게 보냈다. 만히 있어도 사람을 들뜨게 하는 봄바람이 그들에게도 한껏 지나갔다. 해가 따사로운 낮에는 그들의 얼굴도 봄꽃들처럼 활짝 피어있었고, 어두운 밤이 되면 헤어짐이 아쉬워 길게 뻗은 팔이 고개를 늘어뜨린 시든 꽃 같았다.

사랑하고, 아쉬워하고, 사랑하고, 아쉬워했다.


어느덧 저녁에 부는 시원한 바람이 기다려지는 초여름이 되었다.


"이거 연우 가져다줘. 집에는 들어가지 말고, 이것만 주고 나와."


현서의 어머니가 혼자 사는 연우를 위해 밑반찬과 국 몇 가지를 싸주셨다.


"왜 들어가면 안 되는데?"


"얘 좀 봐~."


"알았어 알았어.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래 엄마도 참."


"뭐? 너!"


"간다~~~ 다녀올게~"


현서는 어머니에게 들킨 건지 잘 넘어간 건지 알 수 없었다.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연우의 집으로 향했다.


"와 진짜 많다. 상하기 전에 다 먹을 수 있겠지?"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 있어?"


"음.. 점심을 이걸로 같이 먹고 나면, 냉장고에 딱 들어갈 거 같은데?"


"그럴까?"


둘은 마주 앉아 집밥을 먹었다.


"여기서 밥 먹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어머니가 해준 반찬을 연우의 집에 앉아한 젓가락 입에 넣던 현서가 말했다.


"왜?"


"결혼하면 이런 그림이겠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기분이 이상 한대?"


좋으면서도 이상한 기분으로 식사를 끝내고, 현서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연우는 외출 준비를 했다. 연우가 화장실에 간 사이, 현서는 설거지를 끝내고 연우의 책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현서가 선물한 일기장에 무언가 꽂혀있었다.

일기장을 빼서 그것을 잡고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어? 이 날은...'


일기장에 적힌 글과 꽂혀있던 연극 티켓을 보고, 현서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연우가 화장실에서 나와 일기장을 들고 있는 현서를 발견했다.


"너 이거 뭐야?"


"왜 일기장을 보고 그래?"


"이 날 말이야. 너 나한테 핸드폰 배터리 없다고, 대학 동기들 만나고 헤어질 때쯤 다시 연락하겠다고, 3시간 동안 핸드폰 꺼놨던 그날이잖아. 근데 이게 뭐야?"

"네가 알면 싫어할 것 같아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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