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16

널 위한 거짓말

by 에토프

"뭐? 내가 알면 싫어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현서는 연우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우는 목도리를 선물해준 그 아이가 연극배우로 첫 공연을 한다기에, 현서에게 대학 동기들과 술자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연극을 보러 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기록을 꼼꼼히 일기장에 적어두었다 현서가 모든 일을 알게 되었고, 그들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큰소리를 냈다.

연우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거짓말을 해? 나한테 그냥 사실대로 말했어도 되는 일이잖아?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그 아이 공연을 보러 가는 건데?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널 위해서 그런 거야."


너를 위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연우는 평소 어디에 가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현서가 궁금해하지 않아도 문자를 보내며 수시로 자신의 위치를 보고했었다. 그런 연우가 현서에게 거짓말은 배신감 이상이었다.


"날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그런 게 어딨어? 싫어할 것 같으면 애초에 안 하면 되는 거지? 왜 날 위한 거라는 소리를 해!"


연우는 또 말없이 바닥만 쳐다봤다.


"날 속이면서 까지 걔를 만나야 했어?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이상해? 네가 날 이상하게 만들고 있잖아 지금! 말 좀 해봐!"


"진정하고.. 진정되면 그때 말하자."


"뭐?"


현서는 이 상황의 끝을 보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연우의 사과를 받아내고 싶었다.


"난 잘못한 거 없어."


"뭐라고?"


현서는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자신이 사랑한 연우가 사람이 맞는 걸까 생각했다. 더 얘기해 보아도 듣고 싶은 말은 들을 수 없는 상황인걸 알면서도, 현서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니 연우만 바라보다 짐을 챙겨 힘겹게 연우의 집에서 나왔다. 눈물을 삼키며. 어머니의 빈 반찬통을 꽉 쥐고 터덜터덜 걸었다.


'잘못이 없다고? 미안해가 아니라... 잘못이 없...'


현서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연우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방에 틀어박혀 벽을 보고 멍하니 눈물만 흘렸다. 핸드폰을 보고 또 보아도 연우에게 아무 연락이 없었다.


'잡지 않는구나.'


오지 않는 연락에 오기가 생겨 현서는 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 핸드폰을 꺼놔? 내가 아니고 네가?'


잘못이 없다던 연우는 핸드폰을 꺼두고, 현서의 연락도 거부한 채 그다음 날이 되어서도 핸드폰을 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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