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는 그저 답답했다. 현서가 목도리 때문에 언짢았던 일이 떠올라, 그 아이의 공연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게, 배려가 아닌 거짓말이 되어 있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일기장은 왜 본거야...'
연우는 화가 난 현서에게 아무 말도 못 한 자신의 모습에도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연우는 핸드폰을 끄고 자신의 동굴로 들어갔다.
이튿날, 월요일 아침. 연우는 핸드폰을 켤까 망설였지만, 월요일이면 쏟아지는 업무로 바쁜 와중에 감정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두고 가자..'
현서는 아침이 되어서도 연우와 연락이 닿지 않자, 퇴근시간에 맞춰 연우가 일하는 학교 앞으로 갔다.
"얘기 좀 하자."
밤새 잠 한숨 못 잔 현서는 차가 워보이는 연우와 함께 근처 공원으로 갔다.
"핸드폰은 왜 꺼두는 건데?"
연우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싸우기 싫어서."
"아직도 어제랑 똑같이 생각해? 넌 잘못 없다고?"
"그러는 넌 왜 남의 일기장을 보는 건데?"
"그래 그건 내가 잘못했어. 근데 내가 그걸 안 봤으면 나는 계속 네가 거짓말한 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너랑 사귀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겠지?"
"말했잖아. 네가 싫어할까 봐 그런 거라고."
"그럼 애초에 싫어할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지."
"너보다 더 먼저 알고 지낸 애잖아. 네가 목도리 때문에 걔한테 화도 났었고 근데 내가 어떻게 말해?"
"그럼 만난다고 말하고 가지 그랬어? 사실대로 말했으면 내가 못 가게 했을 것 같아? 둘이 아무 사이가 아닌 거 같았는데 네가 거짓말까지 하면서 만나는 게 이상해 보이잖아. 그러니까 나는 여자 남자 사이 인대 의심이 갈 수도 있는 거고."
"선생 , 제자 사이였잖아. 무슨 남자, 여자 사이야?"
"고작 다섯 살 차이잖아. 둘 다 성인이고."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넌 여전히 잘못한 게 없다는 거지? 헤어지자."
"뭐?"
"난 배신감이 너무 커서 감당 못하겠어. 널 더 믿지도 못하겠고."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뭐라고?"
"내가 계속 아니라고 해도 넌 안 믿을 거잖아. 내가 딴 눈을 판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런 얘길 듣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현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너한테 그동안 얼마나 배려했는지 모르겠어? 아침마다 출근 준비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매일 문자 보내서 귀찮게 하고, 커피맛도 모르는데 카페 찾아다니는 거 같이 다니고, 줄 서는 거 딱 질색인데 맛집 간다고 시간 낭비하고."
"귀찮았어?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