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랄빛

얼굴에 다 드러나는 나

by 에토프

오랜만에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몸이 가벼웠다. 콧노래가 나왔다. 오늘은 원피스를 입고 싶었다. 내 목선이 잘 드러나고, 환해 보이는 잔꽃무늬가 예쁜 원피스를 꺼내 입고, 허리를 잘록해 보이게 질끈 묶었다. 고데기로 머리카락의 아랫부분만 살짝 둥글게 말아주었다. 코랄로 볼터치를 하고, 립도 바르고, 평소보다 조금은 큰 귀걸이를 꽂았다.


오후 2시 학원에 도착했다. 오늘 나눠줄 시험지를 인쇄하는 동안 싸이월드에 들어가 쪽지를 확인했다. 그에게서 답이 왔다.


저는 하연 씨 만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걸요. 답장 보고 너무 기뻤어요. 못 본 지 6개월쯤 됐나요. 그 수업 이후로는 못 봤으니까요. 제 번호 알려드릴게요. 시간이랑 장소는 문자로 정할까요?


마지막 학기에 학원에 취직하는 바람에 그는 캠퍼스에서 나를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의 번호를 저장하고, 당장이라도 문자를 하고 싶었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나를 말렸다.


'진정해. 너무 급해 보이잖아.

오늘 꾸미고 나왔다고, 너무 신나 있는 거 아니야? 8시. 8시가 좋겠다.'


들떠있는 나를 진정시키고, 수업에 들어갔다.

아이들이 난리다.


"쌤 금요일도 아닌데 오늘 어디 가세요?"


"남자 친구 생겼어요? 저번에 그 소개팅 잘된 거예요?"


한창 남의 연애가 궁금할 나이의 소녀들이다. 16살. 이 아이들은 나의 소개팅, 미팅 이야기를 너무나도 좋아했다. 내 옷차림에도, 화장에도 관심이 많았다. 나도 그랬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머리도 기르고, 예쁜 옷을 실컷 입고 싶었다.


"아냐. 그 소개팅은 얘기하지 마. 끝났어. 오늘 시험 본댔지 나눠줄게~"


더 들을 이야기가 없는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시험지를 받아 풀었다.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갔다. 시계를 보고 또 보아도, 분침이 계속 30도만 움직였다. 아이들은 아니었나 보다.


"5분 남았어."


"히~~~ 세문제나 못 풀었는데."


"시간 좀 더 주세요 선생님."


"이럴 때는 선생님이라 그러더라. 찍어. 잘 찍어봐."


수업이 어찌 끝났는지 시계만 열심히 쳐다보다가 교실에서 나왔다.


"하연 쌤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래요? 월요일부터 좋을게 뭐가 있겠어요~"


보는 선생님들마다 한 마디씩 하셨다. 나는 참 숨기 지를 못한다.

그렇게 기다리던 8시가 되었고, 잠시 학원에서 빠져나와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하연이에요. 저는 주말에 시간 다 괜찮아요. 홍대 쪽은 어떠세요?


주말에 '다' 괜찮다니. 으이그 바보. 나를 꾸짖으며 답장을 기다렸다. 1분 만에 답문이 왔다.


괜찮아요 거기. 토요일에 3시쯤 만날까요? 홍대입구역에서.


네, 그때뵈요 그럼.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고 싶었다. 그동안 소개팅, 미팅 날이 아니면 집에서 누에고치처럼 가만히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나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 생각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솔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