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 살아낸 날들
아름답기만 한 결혼식
1월에 프러포즈를 받고, 5월에 리허설 촬영을 하고, 10월에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5월은 너무 덥지도 않아, 야외 촬영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았고, 그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10월에 식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입주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당분간은 그가 지내던 오피스텔에서 같이 지내기로 했다. 6년을 사귀었으니 그 집이 내 집 같아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이미 혼인신고도 한 마당에 미룰 것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짐을 싸서 동거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이렇게 일찍 갈 필요가 있겠어?"
"언제는 빨리 나가라며~왜? 막상 가니까 섭섭하지?"
내가 떠난 다음날 아빠는, 엄마가 훌쩍훌쩍 울었다고 연락해왔다. 엄마가 울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이미 짐 싸서 왔으니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더 행복했다.
5월 촬영을 위해 웨딩드레스샵들을 검색 중이었다. 내 옆에 붙어 앉아있던 그가 말했다.
"이거 슬림한 거. 머메이드? 머메이드라고 하는구나. 이런 거 잘 어울릴 것 같아. 머리 반 묶음 하고."
"꽤 자세히 말하네? 로망이 있으신가 봐요."
"네가 입으면 다 예뻐서 고르기 힘들겠지?"
"나보다 더 열심히 하시는 것 같은대요?"
놀리듯 말하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그는 더 붙어 앉았다.
"근데 저런 건 식장에서는 초라해 보일 수도 있어. 식장 분위기랑 어울리는지 상상하면서 봐야 돼. 사진 찍을 때는 상관없고. 나는 다양하게 입어보고 싶어서 그런 샵 찾아보려고."
"식장은 어떤 분위기 원하는데?"
"난 웅장하고 화려한 거보다 벽돌 있고 약간 주황빛 조명에 교회? 성당 같은 분위기. 아담한 게 좋아. 오빠는?"
"나는 네가 하고 싶은 게 다 좋지. 난 결혼식보다 우리가 부부가 된 걸로 이미 소원을 이루었는데."
결혼 준비를 하며, 그렇게나 싸운다는데 우리는 싸울 이유가 없었다.
"나는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이 아주 컸어. 어렸을 때도 결혼식 다녀온 날은 집에 와서 하얀 수건을 뒤집어쓰고, 혼자 신부 행진을 하고 놀았거든. 그리고 일요일 아침마다 티브이에서 금발의 외국 여자들이 공주로 나오는 드라마 같은 동화가 있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예쁜 거야. 드레스가 너무 예뻐서 연예인이 되고 싶기도 했어. 연예인 되면 예쁜 옷 많이 입으니까. 시상식 드레스도 그렇고. 근데 내가 그럴 일이 없으니까.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서 나는 꼭 결혼식을 하고 싶은 거지."
"어째 네 소원은 웨딩드레스인 것 같다."
"맞아. 그런가 봐. 너~무 좋아."
"돈 아끼지 말고 많이 입어보고 마음에 쏙 드는 거 골라."
남편은 적극 지원해주었고, 나는 열 곳을 둘러본 후에 마음에 드는 완벽한 드레스를 찾았다. 그리고, 얼마 뒤 내가 하고 싶었던 공주놀이를 하며, 그와 함께 오래도록 남을 예쁜 사진을 평균 6시간이면 끝나는데, 우리는 열 시간 가까이 찍었다. 그동안에도 나의 남편은 힘든 내색 없이 나를 보고 웃어주었다.
예식장 투어를 다니며, 남편은 내가 원하는 곳을 재빨리 캐치해냈고, 날씨까지 완벽했던 10월의 어느 날. 우리는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