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났다.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서둘러 차에 올랐다.
"오빠, 있잖아. 둘째 고모님이 나보고 피임하지 말래."
"뭐? 그런 말씀을 하셨어?"
"응, 아까 폐백 할 때. 오빤 못 들었지? 나한테만 작게 속삭이셨거든."
"기분 나빴구나? 고모 때보다 우리가 늦은 결혼이라 생각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신 거 아닐까? 그래도 심하시긴 했다. 그래서 표정이 안 좋았구나? 난 힘들어서 그런가 했지."
"그냥... 그런 것 까지 얘기하시는 게 이해해보려고 해도, 이상한 것 같아서."
"아니야 내가 들어도 이상해."
결혼은 둘이 했는데,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오지랖은 둘이 한 결혼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많았다. 이런 게 현실이구나 싶었다.
신혼여행지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내가 먼저 통화를 끝냈고, 그런 나에게 남편이 전화기를 건넸다.
"예 어머님."
오래 사귀었지만 시부모님과는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 바라보고 선택한 결혼을 할 거여서 굳이 그의 부모님과는 돈독한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애교를 부리는 며느리도, 잘 보이려는 며느라기도 되고 싶지 않았다. 평소의 나처럼 그대로 행동하려고 했다.
"새아가. 피임하지 말고 잘 보내다가 와."
"네?"
"서른 줄 인대 아기 낳아야지. 낳을 거면 빨리 낳는 게 여러모로 좋지. 내가 손주를 빨리보고 싶은 게 아니라, 네 건강 생각해서 그러지. 나이 들고 낳으면 회복이 느려. 알겠지? 그럼 끊는다~"
어머님은 할 말만 다하시고 대답도 듣지 않으신 채 전화를 끊으셨다.
"왜 그래? 뭐라셔?"
"그러니까 왜 그러시는 걸까?"
남편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났다. 남편이 나에게 그런 것도 아닌데. 어머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했다.
"우리 계획은 우리가 알아서 세우면 돼. 괜찮아. 내가 다 말씀드릴게."
"내 자궁인데 왜 이렇게 간섭하는 거야? 진짜 이상해..."
나는 한참을 펑펑 울었다. 같은 여자끼리 내 자궁을 가지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정말이지 화가 났다. 남편은 말없이 나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내가 다 울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아기는 네가 갖고 싶을 때 그때 갖자."
남편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었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차피 첫날밤은 아니었지만, 우느라 진이 빠져 그대로 잠이 들었다.
퉁퉁 부은 탓에 그다음 날 사진은 전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남편은 여전히 나의 기분을 살폈고, 덕분에 나는 앞으로 일어날 전쟁들을 눈치채지 못한 채 다시 그저 행복한 신혼만 생각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댁에 들렀다. 아침 10시. 커피를 마시지 못한 탓일까 머리가 아파왔다.
절을 올리고, 서둘러 내가 사랑하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 믹스 봉지 어디 있어요?"
남편은 나와 함께 커피를 찾고 있었다. 믹스 두 봉지에 얼음 6개를 넣어서 빨리 목구멍을 적시고 싶었다. 그때 멀리서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새아가 내 커피도 한잔 타와라."
나는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남편의 얼굴을 쳐다봤다. 남편이 눈치챘는지 나를 부엌에서 내보내고는 혼자 커피를 탔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아이스커피 두 잔.
남편은 세잔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아버지~ 커피는 아들이 타 드릴게요."
"아니 새 아가가 타주는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아들보다 며느리가 그렇게 좋으세요, 그럼 아버지가 며느리한테 커피 타 주시면 되겠네요."
아버님은 말이 없으셨다. 남편에게서 빛이 났다. 점수판이 있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을 들어주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