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정산하는 법, 그건 ‘노력’이다”
예전 TV에서는 자격증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종종 나왔다.
그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히 살고 있네”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감흥 없이 흘려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서서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어느 순간, 과연 내가 이대로 계속 가는 게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당시 나와 나의 스튜디오 직원들은 위즈위드라는 나름 이커머스 1위 회사에 합병되어서
콘텐츠 전반을 담당하는 부서의 부서장 직급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그전 10여 년간 개인 사업을 하던 나는 당장 몇 년의 수익보단
좀 더 안정된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큰 기업의 합병을 결정했던 것이다.
당시 나의 스튜디오(구스 반스)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내가 합병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는 뉴욕지사 근무라는 옵션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회사 생활을 5년 정도 하면서 급박하게 바뀌는 인더스트리의 상황들과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 조금씩 계획했던 미래가 미뤄지고 있었다.
당시는 더블유 콘셉트의 중국 진출에 온 회사가 집중하던 때였다.
그렇게 지내던 나는 나와 안 맞는 조직 생활에 지치기도 했고 또 다른 호기심들로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었다.
6개월 정도 배우면서 재미도 있고 창업에 대한 방향성도 생각해 보곤 했었다.
그리고 2년간 와인을 배우기도 하고, 위스키, 양식조리 등등
3안으로 운전을 좋아하니 대형면허, 트레일러, 조정면허 등. 또 다른 대책도
준비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목적으로 해보자는 결심이 선후, 3년 동안의 주말은 학원에서 보내게 되었었다.
와이프에게도 강한 권유를 하여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1년 넘게 혼자 살아보니 외롭기도 하고 그래서 일본을 매달 한 번은 갔었다.
여러 곳의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벤치마킹을 하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일본의 음식문화는 상당히 디테일하고 깊이가 있다는 걸 많이 느끼게 되었었다.
장인의 정신으로 몇 대를 이어온 가업 식당들이 거리 곳곳에 있으니,,,
퇴직금으로 차린 치킨집이 널린 우리나라 식당가와는 비교가 안 되었었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던 중, 2016년에 뉴욕지사 근무의 기회가 왔다.
사실 맘이 70프로는 떠나 있던 찰나여서,,, 한동안 고민이 되었었다.
와이프는 오사카로 가서 몇 년간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뉴욕행을 결정짓는 데에는 부부가 다시 떨어져 사는 것은 아닌듯했다.
그래서 온 가족이 뉴욕행을 결정하고 떠나게 되었다.
중3이었던 딸아이도 갑자기 떠나게 되어 세상을 잃은 것처럼 슬퍼하고
와이프도 하던 공부를 멈춰야 했고, 나 역시 그동안 공부했던 건 잠시 취미라는 서랍에 넣어두고
멀어졌던 본캐의 열정을 다시 소환해야 했었다.
흡사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데 꼭 가야만 하는 길 같은...
그렇게 떠난 낯선 5년의 뉴욕 - la 생활들을 잘 마치고 다시 돌아온 지 3년이 된 지금.
나. 와이프. 딸아이. 각자가 후회 없이 살았다고 느낀다면 아깝지 않은 시간들일 것이다.
올해 나는 다시 자격증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주부터 제과제빵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어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작은 준비라고나 할까.
세월이 변한 만큼 딸아이 보다 어린 수강생도 많다. 어린 친구들이 주말 시간에 나와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기특하고 예뻐 보인다.
꼰대 같은 소리지만 그런 정신과 열정이면 앞으로 몰해도 잘 살 것이다.
살면서 인생의 방향에 큰 결정을 해야 할 시기들이 몇 번은 있었던 거 같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계속 앞으로 가기만 하면 결국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윤종신 노래 중에 오르막길이라는 곡이 있다.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워워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크게 소리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어떤 강연에서, 과거를 정산하지 말고 미래를 정산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결국 언젠가 제대로 결실을 맺을 거라고 믿는다.
미래를 준비하는 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나는 이제 자격증 도전도, 창업도 모두 그 준비의 일환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계속 나아가며, 내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