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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by 함수규


요즘 오디오에 꽂혀서 한창을 파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열린다.” 그렇게 말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나의 오디오 여정은 순식간에 새로운 차원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렇다. 영화나 음악, 이런 것들이 나의 세계를 조금씩 바꿔놓은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어느덧 ‘오디오 커플’이 되어가고 있었다.


대형 TV와 오디오 시스템을 바라보며, 각자의 취향을 담은 일종의 ‘사치품목’을 만들어 가는 중이었다.


그런 일상을 ‘함께’하는 건, 마치 둘만의 작은 비밀 같은 기분이었다.










극장보다 집에서 영화,





그러던 어느 날, ’ 프로젝터가 최고야!’라고 외쳤던 나는, 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OLED TV 앞에 앉아있었다.


극장보다 더 선명한 그 화면과 쨍한 화질, 마치 그 순간, 현실이 영화처럼 변한 듯한 기분이었다.


이 작은 차이점이 우리에게선 분명히 중요했다.


그리고 오디오쇼라는 ‘박람회’에 가보니, 그야말로 눈과 귀가 동시에 자극을 받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그냥 ‘호기심’만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처럼 중고장터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지르고야 마는 스타일이다.






북유럽감성 스피커





미국 생활할 때는 벵 엔 올룹슨의 베오사운드 A9 스피커를 한동안 들었었다.


예쁘고 있어 보이는 북유럽스타일의 디자인 때문인지 귀국해서도 다시 구입하여 얼마 전까지 들었었다.


가격에 비해 그다지 훌륭한 사운드는 아니지만 있어 보이는


브랜드 밸류가 포함된 고급형 블루투스 인테리어 오디오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중고 거래도 활발하고 가격 방어도 좋은 편이다.


지금의 오디오 공부 비용의 밑거름이 되었다.



아시는 선배 중에 오디오 경력이 많으신 분이 계셔서 상담을 받아보니,


한번 잘못 발 들였다간 나락으로 갈 분위기이다.


하지만 나는 현실주의 자형이라서 일단 가진 예산안에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중고장터에서 선배분이 추천해 준 엔트리급 탄노이 톨 보이 스피커를 구매하여 자작 진공관 앰프와 연결해 시작하게 됐다. 그리곤 처음 사운드를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싱글 진공관이라 선지 아주 큰 출력은 아니지만


탄노이만의 특성인 먹먹하지만 고급스러운 사운드가 참 맘에 들었다.


말없이 오래된 친구 같은 진국의 사운드라고 할까.


재즈나 보컬( 특히 최백호 ) 같은 보이스 칼라가 매력적인 음악은 그 매력을 더욱더 배가 되게 느껴졌다.






포칼의 마법





그러나 이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는 다인오디오라는 곳에서 시작되었다.


아파트. 앞에 스타필드에 다인오디오 매장이 있어서


기어이 청음을 하게 되었다.


포칼의 청음 이후, ‘이건 좀 다른 세계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고음질의 K-pop도, 그 특유의 날카로운 사운드도, 포칼에서는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마침내 그 순간을 맞이했다. 탄노이는 더 이상 내 집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결정했다. 포칼을 들이기로.


또 다른 멀티버스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모든 악기 하나하나


살아있는 사운드로 표현되는 느낌이랄까.


그리하여 탄노이는 사운드를 크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의 퇴촌 집으로 이동하고,


지금의 집 거실에는 포칼 726을 들이게 되었다.


엔트리급 스피커이지만 포칼 감성은 충분하게 표현되는듯하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kpop 같은 음악들은


특유의 날카롭고 정확한 사운드를 조화롭게


표현한다. 포칼에는 진공관보단 네트워크 앰프가 궁합이 좋다.



사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음원 소스인데,,


극강의 편리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블루투스로 음악을 즐기게 된다.


고음질 음원이라 해도 보통 CD의 6분의 1 음질이라고 한다.


가장 최고의 사운드 감상은 CD나 LP 등으로 듣는 것이다.


그러나 그 카테고리는 또 다른 개미지옥이므로 게으른 나에겐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큰 대책이 될 것이다.


타이 달이나, 룬 같은 고음질 음원 서비스를 하는 서비스가 점차 늘기 때문에


소리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될듯하다.






환상의 조합





회사 근처 가끔 2차로 들리는 작은 바가(풍자네 부엌) 하나 있다.


비슷한 연배의 사장님께서 하시는 바인데 최근에 사업이 잘 돼서인지


최근에 매킨토시와 B&W, atc 조합으로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하셨다.


자주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술 한잔하면서 듣는 사운드는 감성을 한층 더 자극해 주니 말이다.



입맛이 고급화되는 것처럼 귀도 듣다 보면 소리에 대한 고급화가 되는 거 같다.


어느 날, 한 선배가 내게 말했다. “모르면 못 듣지만, 알아도 못 듣는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었다.


그 의미를 아직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이 분명히 깨달아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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