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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사랑

참치와 함께한 오래된 기억

by 함수규


참치와 함께한 오래된 기억





며칠 전, 참치를 배달시켜 술 한잔 했다.


요즘 배달 음식의 평이 좋아서 기대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입맛이 맞지 않았다.


그 옛날, 참치는 나에게 특별한 음식이었다. 와이프랑 데이트할 때도,


우리가 간 참치집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거의 종교처럼 참치를 고백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은 참치 맛을 잘 모르는


와이프까지 비싼 메뉴를 시켜야 할 때가 짜증 나기도 했다.






참치, 변치 않는 나의 사랑





한동안 서울 시내에서 유명한 참치집들을 찾아다녔다.


물론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참치는 어종과 부위에 따라 크게 나뉘어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발견한 참치집 가성비 좋은 팁은 이랬다.


다지에 앉아서 중간 메뉴를 시킨 뒤, 실장에게 술 한잔과 몇만원의 팁을 주면,


저렴한 가격에 고급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이 방법이 내게는 마치 참치집의 비밀 레시피 같았다.


물론 월급장이 실장일 경우에 한해서 이다.



그렇게, 하남의 작은 참치집이 내 단골이 되었다.


실장님이 독립해 새로 오픈한 그 가게는 가격대도 좋고, 분위기도 편안해서 자주 다녔다.


그런데 그 가게도 사장이 되면서 갑자기 칼같이 메뉴가 고정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사업의 현실이란…


그래서 전략을 바꿔서 가끔 좋은 위스키를 가져가서 몇잔 드리면 좋은 부위가


서비스로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참치와, 돌아온 참치





미국에서 살 동안, 참치 전문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횟집에서 참치를 다루지만, 그 품질은 형편없어서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미국 생활 중, 참치집 대표님과는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가끔 가게 소식을 들었다.


사업이 잘 되어서 1호점도 오픈하고,


성장하셨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분의 성공이 기뻤다.



귀국 후,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가게를 찾았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은 2호점을 닫았다고 했다.


건강도 안 좋고, 관리가 되지 않아서 본점만 남게 되었다는 말에 사업의 진짜 어려움을 실감했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을 200%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맛과 변화의 시대





하지만 참치집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사라져갔다. 코로나로 못 가게 되었거나,


아니면 입맛이 변했는지… 그 뒤로는 그 참치집이 그렇게 그리워지지 않았다.


사실, 요즘은 그 참치 맛이 더 이상 땡기지도 않는다.



회사도 요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 인력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 익숙한 것이 편할 수는 있지만,


변화에 적응하려면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참치와 같이, 때때로 우리의 입맛과 취향도 변하고,


그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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