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의 산책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10km는 꽤 긴 거리다.
나는 그보다 조금 더 먼 13km를 걸어 출근하는 날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건 단순한 걷기가 아니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했다.
그리고 이건 그 트레이닝의 일환이다.
처음엔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뻐근하고
온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맞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몇 번을 완주하고 나니,
그럭저럭 견딜 만한 일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문제는 있다.
처음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더니,
이제는 허벅지 뒤쪽이 당긴다.
사람의 몸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아픈 부위가 이리저리 바뀌면서도,
결국은 적응해버린다.
함께 걷는 사람들
혼자 걷는 건 때때로 심심한 일이다.
그런데 마침, 대학 동창 동생이
같이 산티아고를 가겠다고 했다.
그 덕분에 주말마다 올림픽공원에서 만나
함께 걷기로 했다.
그때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 사이에 이사를 했고, 사무실을 오픈했다.
그리고 바빠졌다.
자연스럽게 글도 중단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2024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완벽하게 끝내고 다음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유형이 아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내 스타일이다.
때때로 주변 사람들이 피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다.
올림픽공원과 산책의 의미
그래도 걷기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운 좋게도, 집 앞에 올림픽공원이 있다.
산책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1984년 아시안게임,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며 만들어진 공원.
그때 심어진 나무들은 이제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부럽지 않다.
이곳은 그만큼 멋지고 근사하다.
나는 이 동네에서 자랐다.
어릴 적의 공원과 지금의 공원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매일 실감한다.
마침, 흥이도 슬개골 수술을 했다.
재활을 위해서라도 산책은 필수다.
덕분에 와이프의 다이어트 트레이너 역할도 겸하고 있다.
요즘은 너무 더워서
산책 횟수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소중한 루틴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돌아온 딸아이도
우리 산책에 합류했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완전체가 되었다.
목표를 정해놓고 운동하는 것보다
그냥 부담 없이 걷는 것이 더 좋다.
마음이 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이 소중하다는 걸 자주 느낀다.
엄마, 아빠, 와이프, 딸, 그리고 흥이.
내게는 그리 많지 않은 가족들.
그래서인지,
그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늘려야겠다고
자주 생각하게 된다.
가족과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건 꽤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