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다는 것
작작년에 지은 퇴촌의 집이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문제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싱크대 앞 타일 줄눈이 떨어져 있었다. 깨져서 부서진 줄눈은,
집이라는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겪는 상처처럼 보였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작은 문제들이 마음에 걸렸다
규모가 크고 시리어스 한 문제는 아니지만 1년도 안된 새집이라 나름 속상하고,
짜증이 좀 났었다. 그래도 전화하면 며칠 안에 수리를 해주거나 교체를 해서 해결은 잘 되는 편이다.
작년에 나는 태어나서 땅을 사서 대지 목적 변경을 하고 집을 지을 수 있게 토목을 하고 설계를 하고
작은 집을 건축을 했다. 정말 a부터 z까지 한 것이다.
어떤 분들은 직접 짓기도 해서 거기에는 감히 비교할 순 없지만,,,
나는 공사비를 벌어야 하는 팔자라 업체에 의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땅을 사서 건축을 할 수 있게 지목 변경이 되면 설계를 하는 설계사랑 건축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팁.
시골 동네 특성상 건축하려는 지역 출신 업체와 계약을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빠른 인 허가부터 동네 사람들과의 마찰을 해결하는 데 업체 이상 훌륭한 네고시에이터가 돼준다.
속된 말로 다 친구 어머니, 아버지. 이모, 삼촌, 선배, 후배이다.
나는 고민을 그다지 오래 하는 편이 아니라 50년 인생 동안 겪은 사람 보는 눈으로 양아치, 사기꾼만
아니면 가성비 위주로 결정하게 된다.
심지어 집을 짓는 결정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작은 설계사무소와 그 안에 숍인숍으로 있는 건축 업체.. 동네, 업계 선후배 관계인 듯한 친밀감
회사가 신사동이라 퇴촌 한번 가려면 오다가다 지치게 돼서 한번 가면 많은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물을 못 보고 결정한 싱크대 칼라나 도어 칼라, 스위치 같은 건
역시나 펜션에 가면 볼만한 아주 대중적인 것들로 시공이 되었다.
에지가 중요한 패션 업계 20년 업력의 전문가의 집은 아니게 되었다.
처음 포클레인이 한번 오고 가면 어제까지 이웃사촌이 오늘은 변호사를 대동해서 찾아온다.
또한 시끄럽고 미세먼지에 공사 진동에 조망권 침해 등등 다양한 조항들로 무장된
내용증명이 날아온다.
집 한번 지어보자는 건데 영혼까지 탈탈 탈린 기분이다.
심지어 내 어머니는 마을 노인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랬다.
어머니는 섭섭함에 법대로 해라라는 노선을 정하셨다.
그러나 나처럼 사업을 하다 보면 돈의 흐름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인다. 주변 이웃과의 미칠 기간 동안
공사가 지연되면 인건비와 준공일이 늦어져서 크게 보면 경제적, 감정적 손해가 더
클 것으로 판단하여 건축 업체 대표님께 협상을 부탁드렸다.
당연 업체 입장에서도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게 수익구조에 도움이다.
먼저 과일 바구니와 소고기 팩을 사서 한 집 한 집 찾아가서 조율을 시작했다.
어떤 집은 과일 바구니 하나와 진정 어린 연기로 쉽게 해결이 되기도 했지만.
어떤 집은 자기네 집 진입로 포장까지 원하는 등.. 다양한 요구사항들이 지치게 만든다.
다들 반기는 얼굴로 문을 열어주지만 그만큼의 양보는 절대 없다.
결국 준공일 우선순위에 맞춰 대부분 수용하여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마을 입구에 건축을 시작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아직도 뼈대만 보인다.
나처럼 마을 주민들과 부딪히다 감정싸움까지 나셔서 배 째라 하시는 스탠스다.
집을 준공하고 나서 정산을 해보니,, 30%가 오버됐다.
주변에선 비싸네 싸네. 등등 훈수 둘이 많지만, 나는' 그래 다들 한번 직접 해보셔' 하면서
무시하는 게 정신 승리이다.
봄이 되면 하기로 한 데 큰 공사를 취소해서 500만 원 정도를 리턴하기로 했는데
1년 동안 300만 원 만 받았다. 혹시나 한 게 역시 나로 돼가는 듯하다.
그나마 6개월 공사 기간 동안 열심히 해주셨는데,
전화해서 돈 달라고 하는 모양새가 좀 그래서 명절 때 과일바구니 같은 거 보내면서 인사말과 함께 부탁해서
받아낸 돈 들이다.
누가 보면 내 돈 받는데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감정싸움이 얼마나 정신 건강에 안 좋고 결국 다들 손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되도록 동정심 또는 미안함을 공략해서 해결하는 편이다.
지는 게 이기는 싸움 같은, 혹 부부 싸움 같은,
그러다 보니 채무자 관계가 아닌 편한 관계 같아서 살면서 집에 조금씩 생기는 문제들을 부탁하는데
아주 편하고 효율적이다.
요즘 주변에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광고주와 포토그래퍼로 만나서 20년 동안 서로 도움 주고 윈윈 하던
지인이 있는데 미국 생활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변에 온통 금전관계로 인하여
좋지 않은 소식들이 들린다.
물론 나한테도 2년 동안 빌려주고 받고를 반복하다. 나도 조금씩 감정이 상해서 연락을 안 받는 상태이다.
20년의 업계 커리어 및 관계들이 너무 쉽게 무너져버리는 거 같아서 많이 씁쓸하다.
사람은 살면서 실수를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으로 가치를 따지기는 속물 같긴 해도 나는 무리를 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도와주고 싶다.
그 정도의 도움은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그 돈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주변 몇몇 선배들도 진심으로 도와주었지만 결국 상처만 입었다고 한다.
언젠가 못 만날 수도,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는 다짐은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