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랜 친구란,,,

먼저 떠난 친구와 납골당

by 함수규


떠난 친구와 납골당





명절 연휴, 부모님을 퇴촌으로 모셔드리면서 나는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먼 산 곳곳에 납골당들이 보였다.


차창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그 풍경 속에서 문득 몇 년 전 떠난 친구를 떠올렸다.


수없이 미뤄왔던 그 생각이 이번에야말로 마음속에서 강하게 일어났다. 그 친구에게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친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수소문을 해서 제수씨의 연락처를 받았지만,


그 연락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납골당 이름만 알아낸 뒤, 몇 군데 전화로 위치를 알아내었다.


다행히 한 시간 거리에, 해가 잘 드는 곳에 있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뒤,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꺼려졌던 그 만남.


무언가 지나간 시간 속에서, 미안한 감정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000아 늦게 찾아와서 미안하다.





여기에 이름을 밝히긴 그렇지만.ㅇㅇㅇ는 중, 고등학교 동창생 친구였다



2019년 미국 생활하는 동안 사고를 당해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이다.


다른 친구가 새벽에 장례식장에서 나한테 전화를 해줘서 알게 됐다.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동안 멍하니 아침까지 천정만 보았다.


그동안의 추억들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천정에 투영되는 거 같았다.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중학교 때 집안일 때문에 나는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랑 키가 비슷한 녀석이 엄청 설치고 다니던 모습이 생각난다.


학교 짱 또는 2,3인자 패거리들이랑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꼭 행동대장처럼


짓궂은 장난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우리는 동네 미용실에서 가까워져서 친구가 되었다.


친구들 대부분은 1000원짜리 이발소를 다녔는데 우리는 미용실을 갔었다


둘 다 패션도 좋아하고 멋 내는 거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000이네는 거여 삼거리에 아주 큰 가구점을 하고 있어서 그래도 상당히 잘 사는 친구였다.


2명의 형들이 있었는데 동네 토박이에 싸움 좀 할 줄 아는 형들이라


아무도 000을 건드리지 못했다.



나이 들어 동창모임에 가면 어릴 적 동창친구들은 수신이를 애들 괴롭히던 일진 패거리라고


단순하게 어릴 적 기억으로만


평가하는데, 는 그 친구가 지닌 섬세한 감성과 따뜻함을 기억했다.



000은 인생의 진로에서 나와 다르게 형들이나 부모님의 영향이 컸었다.


공군 부사관 근무도 부모님의 권유로 들어가게 복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수신에게 저 멀리 사천의 공군부대 생활은 답답했을 것이다,


매주 금요일 서울로 올라와서 친구들이랑 나이트클럽, 노래 주점 등을 다니면서 월급을 탕진하고 다녔었다.



다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이라.. 꿈도 못 꾸는 유흥비용을 000 이가 요즘 말로 시발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하고 보니 집은 예전 같지 않게 어려운 상황에 많은 방황을 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정상적이지 않는 업계를 자꾸 기웃거리면서 도박도 하게 되고..



한 일 년간 나는 000랑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 적이 있다.


서로가 힘든 시기에 심적인 큰 도움이 되었었다. 잘 되진 않았지만 목표를 보고 달려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목표가 다른 000은 결국 나가게 되었다. 다시 정상적이지 않는 업계로 가려고 했던 것 같다.


그 후, 나는 000의 소식이 점점 끊어졌다.


간간이 들려오는 그 소식들은 좋지 않았고, 그 소식들 속에서 나는 그 친구의 마지막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추억은 이제 나 혼자만의 것이 되어버렸다.


000과의 만남은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었고, 그리움만 남았다.


그리고 나는 영영 만나지 못했다.









친구란 무엇인가, 다시 묻는 질문





사람이 살면서 가장 돌아가고픈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추억일까?



그러고 보니 수신이랑 나는 재수시절, 또는 사회 초년 시절에서 가장 친했던 거 같다.


당시 불투명한 미래와 불안한 현실에서 우리는 비슷한 상황의 입장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무언가가 서로를 관통했던 거 같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되물어 보게 된다.


상하 관계, 갑을 관계, 채무관계, 등등 실타래처럼 순순하지 않은 것들을 벗겨내고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친구를 떠올리며 느끼는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깊어진다.


나는 그리움이란 감정이 결국, 지나간 시절의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이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리움 속에 그 시절을 되새기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크린샷 2025-03-07 오후 3.14.28.png
스크린샷 2025-03-07 오후 3.14.38.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돈으로 살 수 있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