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미국으로 돌아가고 난후 그방을 어떻게 할까 좀 고민이 생겼다.
일단 월세전환이 가장 편한 방법인데, 딸아이가 쓰던 가구면 짐들도 처리해야하고,,
번잡스러운 일이 좀 많아서 그대로 두었다.
부동산하는 후배가 그냥 놀리지 말고 단기 숙소로 임대를 내어 보라고 추천해주었다.
방안 살림도 그대로 두고 손님만 받는 방식이니... 나쁘진 않겠다 생각하고
국내숙박업 사이트에 예쁘게 사진을 찍어서 등록했다.
올린지 3-4일쯤 지났을까 첫 예약이 들어왔다.
20대 젊은 남자가 3주정도 긴 예약을 했다.
첫 영업의 기쁨에 수락을 하고 나름의 서비스를 추가해 주었다.
예를들면 쓰레기 봉투나, 세면도구, 생수, 휴지같은 항목들이다.
거기에 딸이쓰던 네스프레소 머신과 여분의 캡슐까지..
처음 오는 동네에서 마트도 모르는 상태에 당장 필요할거 같아서 서비스로 제공하면
좋아할거 같았다.
이불도 새것을 사서 두었다.
숙박 목적을 살짝 물어보니 경상도 에서 올라와서 면접을 준비한다고 했다.
젊은 친구가 서울에서 첫 사회 생활을 준비하려는 모습에 왠지 부모맘처럼
안스럽고 응원해주고 싶은 맘이 생겼다.
그러다 들어오고 난후 3일동안 외출을 한번도 안하고 집에만 있었다.
30분 단위로 쿠팡 택배와 배달음식들만 계속 오가고,,,
심지어는 입실하기도 전에 택배가 잔뜩 와 있기도 했다.
궁굼반 걱정반하던 중 알주일쯤 지났을때 연락이 왔다.
몸이 아퍼서 남은 에약일을 취소해야 겠다고 한다.
어차피 사이트에사 알아서 위약금이런 부분들은 정리해서 처리해주니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집에 와서 아프기 시작했다는 식으로 위약금을
못내겠다고 했다.
아차. MZ 들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구나.........
위약금없이 바로 내보냈다.
서울까지 와서 작은 방에서 배달음식만 일주일 시켜먹다가
돌아간 친구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이해할수 없는
걱정과 오지랍이 생긴다.
나가고 나서 방을 들어가 보니 유튜브에서나 보던 엉망인 집들의 상황이
나에게 보여진다.
첨엔 화가 너무나기도 하고 했는데
청소를 하면서 점점 집이 깨끗해 지는게 나름 성취감 이랄까...
모 이상한 변태같은 쾌감이 생긴다.
그렇게 첫 숙박객 액떔을 하고 바로 두번째 손님의 예약이 들어왔다.
이번엔 딸아이보다도 어린 여자손님이다.
여행가방도 없이 빈손으로 이여름에 겨울점퍼를 입고 왔다.
딱보니 정상적으로 집을 나온친구는 아닌거 같다.
1주가 지나고 3주연장을 부탁해 왔다.
사이트에서 신청을 하라고 했더니 수수료가 많이 나오니 직접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그러라고 하고 3주를 더 지냈다.
그리고나서 얼마후 와이프와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보통은 쓰레기 봉투를 제공하고 재활용은 따로 구분해 버리게 되어있는데
이게 귀찮아선지 큰 봉투에 한번에 다 버리면 알아서 처리해 주는 서비스 업체가 있는 모양이다.
와이프가 출근하려고 나왔다가 문앞에 큰 쓰레기봉투에서 파리가 있는걸 보고 기겁해서
말하다가 언쟁이 된 모양이다.
쓰레기 봉투를 새벽에 수거해 가는데 이친구는 몰랐던 모양이다.
어찌저찌해 사과하고 잘마무리가 되긴 했으나 ,, 이 친구 역시 폭탄손님의 냄새가 난다.
이친구가 나가는 날, 마침 와이프 친구의 지인의 딸이 한달정도 있고 싶어한다고 연락이 왔다.
홍콩 주니어 펜싱 선수인데 재활치료를 하려고 이근처 병원을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일단 날짜가 가능하니 수락을 하고 퇴실청소를 준비했다.
그런데 9시쯤 나가고 나서 들어갈려고 하니 현관의 비번이 바꿔서 들어갈수가 없었다.
전화를 수십번 해도 연락이 안된다.
지인에겐 입실시간을 좀 저녁으로 늦춰달라고 부탁하고 열쇠회사에 연락을 했더니
경찰서에가서 사유서를 작성하고 업체를 불러서 부셔야 된다고 한다..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프다.
경찰서로 가던중 0000 비번만 문자로 날라왔다. 너무 화가나서 전화를 하려다가,,
그래, 이것도 비즈니스이니 감정을 전달하지 말자,, 하고 참았다.
겨우 들어간 방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화낼 시간조차 없이 새 손님 맞을 청소를 시작했다.
겨우 끝내고 새로운 손님이 왔다. 어린 딸을 타국에 두고가려니 부모들도 다와서
확인해보고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홍콩에서 온친구가 502호의 지금의 손님이 되었다.
지인을 통한 어린 손님이다 보니 나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와이프도 딸아이 생각도 나고 그런지 저녁마다 과일이며 이것저것 챙기려고 한다.
최근에 생각치도 못한 숙박업이라는 형태를 맛보게 되었는데
나름 스릴도? 재미도 있고 세상일이라는게 어디하나
쉬운게 없구나 또한번 생각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