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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

자식이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

by 함수규


자식만큼은 내 맘대로 안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


당연히 나도 그랬으니, 그건 백번 천번 맞는 말 같다.



담 주면 방학이라 귀국했던 딸아이가 보스턴 학교로 돌아간다.


이번 방학은 한 달 반 남짓 있었는데 서로 바쁘다 보니 서너 번 얼굴만 보고 가게 되는 것이다.


항상 한국 오기 전엔 기다리고 보고 싶다 가도 막상 오면 얼굴 몇 번 못 보고 떠나보내게 된다.






자식이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





품 안에 자식이라 크면 다 떠나는 게 인지상정인 것을...


맘 한편에 점점 어른스러워지는 딸아이가 어색하기도 섭섭하기도 하다.



돌아보면 딸 아이에게 미안한 게 많은 편이다.


가장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인처럼, 지효는 내가 영국 유학시절


가난한 유학생의 딸로 런던에서 태어났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일이 있다


어느날 알바를 마치고 친구들과 술한잔하고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왔었는데


새벽에 분유를 타주려고 주방을 보니 분유가 떨어져 있었다.


물량만 맞춰서 연한 농도에 분유를 주니 지효가 계속 울어서 한참을 안고 재웠던


기억이 있다.


그날밤 아빠가 된다는게 무엇인지. 어떤 의미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느끼게 되었다. 그날 이후 돈만 생기면 분유. 기저기로 주방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귀국한 한국에서의 13년 유년 시절,


가장 예민한 사춘기 정점인 중학생 때 미국으로 넘어가 살게 되었다.


낮선 외국학교 생활. 그것도 뉴욕에서 3년 la에서 3년 가까이


매번 전혀 다른 문화의 적응을 해야 했다.


지금은 저 멀리 동부 보스톤 근처 프로비던스라는 동네에서 혼자서 외로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어떤이는 해석하기 나름에 부럽다고 할 수도 있는 인생이다.


그러나 낯선 환경의 적응을 어린 나이에 본인의결정 아닌 상황에서


여러번 하게 된 것은 매우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빠의 유전자라 어디든 잘 적응할 거라는 가스라이팅으로 자라온 딸아이에게 항상 미안함이 있다.









내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딸아이





내년이면 4년의 대학생활이 끝나고 사회라는 곳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것이다.


진짜 미국이라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시작 되는것이다.


부모가 원하는 자식이 되어 달라고 하는 건 이제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것처럼 그래야 후회가 없는 것처럼.


지효에게도 자유로운 본인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도록 응원해 주려고 한다.



이미 자라면서 말썽 한번 걱정 한번 안 하게 해준 건 만으로도 나는 투자 대비 고수익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언젠가 결혼식장 손잡고 들어갈 생각하면 맘이 아리는거 같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건. 이제 마지막 남은 일 년의 학비만 더 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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