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코레르 박물관(Museo Correr)
3) 15세기 말 비바리니 가문의 회화(Pittura dei Vivarini della fine del Quattrocento)
비바리니 가문은 15세기 베네치아 회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예술가 집안으로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 출신이다. 안토니오 비바리니(Antonio Vivarini)와 바르톨로메오 비바리니(Bartolomeo Vivarini) 그리고 알비세 비바리니(Alvise Vivarini)로 이어지며 비바리니 화풍을 선도하였다. 당시 베네치아 벨리니 가문과 경쟁하는 강력한 라이벌 관계로 비바리니 가문의 명성은 유명했다. 안토니오와 바르톨로메오는 형제지간이며 알비세는 안토니오의 아들이다.
세 사람은 예술을 하면서 각자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안토니오는 화려한 금색 배경과 장식적인 디테일이 돋보이는 고딕 양식을 도입했고, 바르톨로메오는 인물의 조각적인 입체감과 선명한 윤곽선을 강조하는 파도바 회화를 흡수했으며, 알비세는 빛과 그림자의 대조를 통해 공간의 부드러움과 유화 기법을 수용한 보다 성숙된 르네상스 양식을 구현했다. 따라서 같은 예술가 집안이었지만 각자의 회화 양식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ㅣ예수의 탄생(Natività di Gesù)과 성전에서의 예수 봉헌(Presentazione di Gesù al Tempio)ㅣ
'예수의 탄생'과 '성전에서의 예수 봉헌'은 볼드리니 레오나르도(Boldrini Leonardo)의 작품으로 한 쌍으로 제작된 패널화다. 볼드리니는 비바리니 가문의 바르톨로메오 제자로 그림에서 보듯이 인물의 명확한 윤곽선이 돋보인다. 1475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왼쪽 그림은 '예수의 탄생'이고 오른쪽 그림은 '성전에서의 예수 봉헌'이다. 왼쪽 그림의 배경은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그리고 주변의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당시 베네치아 미술의 고전적인 구도이다. 오른쪽 그림은 율법에 따라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림은 초기 르네상스 투시도법을 반영한 볼드리니의 원근법 기술이 잘 드러나 있다.
ㅣ안토니오 또는 바르톨로메오 비바리니(Antonio o Bartolomeo Vivarini)의 '성모자'(Madonna col Bambino)ㅣ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성모자' 그림이다. 바르톨로메오는 안토니오의 동생으로 파도바 회화의 영향을 받아 인물의 윤곽선을 명확하게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의 그림은 달걀 노른자를 물감에 섞어서 사용하는 템페라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강렬하고 선명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어서 화가들이 애용했다.
안토니오 비바리니의 그림은 고딕 미술의 전통을 이어 받아 영적인 화려함을 표현했다면, 바르톨로메오 비바리니의 그림은 파도바 회화의 영향으로 인물에 대한 뚜렷한 윤곽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초기 르네상스 미술의 변곡점에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회화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그림 양식이 겹쳐지는 부분도 존재하고 있지만 안토니오는 성모의 얼굴을 둥글고 부드럽게 그려 표정이 온화한 반면에 바르톨로메오는 마치 대리석을 깎아 만든 것처럼 입체감이 뚜렷한 조각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ㅣ바르톨로메오 비바리니(Bartolomeo Vivarini)의 '성모자와 아기 예수'(Madonna col Bambino) 2점ㅣ
바르톨로메오 비바리니는 많은 '성모자상'을 남겼다. 왜냐하면 성모자상은 당시 성당이나 개인 기도실에서 가장 수요가 많았던 품목이었고 비바리니 가문은 벨리니 가문과 라이벌일 정도로 거대한 공방을 운영했으므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성모자상을 만들어 판매했기 때문이다.
바르톨로메오의 성모자상은 다른 화가의 성모자상과는 달리 그림의 색상이 선명하고 인물의 신체와 옷 주름을 조각처럼 도드라지게 입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기가 높았다. 성모와 아기 예수의 후광에는 금박을 입혀 황홀함을 더해주고 있다. 그림을 보면 성모는 붉은 옷 위에 소매 없이 어깨 위로 걸쳐 둘러 입도록 만든 외투인 푸른색의 망토를 입었다. 아기 예수는 베일 같은 얇은 옷에 진한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성모 마리아의 붉은색은 인간의 피와 사랑을 의미하는 인간성(Humanity)을 상징하며 푸른색은 하늘과 진리를 의미하는 신성(Divinity)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 옷이 보여주는 의미는 인간의 몸(붉은색)으로 태어나 하느님의 은총(푸른색)을 입었다는 신학적인 교리의 시각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아기 예수의 흰색은 백색의 순결과 무죄를 상징한다. 두 사람 모두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죽음을 통해 영원에 이르는 신성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ㅣ바르톨로메오 디 파올로와 카테리노 안드레아의 '성체 제단화'(Paliotto del Corpus Domini)ㅣ
바르톨로메오 디 파올로(Bartolomeo di Paolo)와 카테리노 안드레아(Caterino d'Andrea)가 제작한 제단화로 일반적인 것보다 가로로 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제단화는 중앙에 큰 그림이 있고 좌우로 6개씩 총 12개의 작은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모두 13개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림이 아니라 조각이다.
중앙에 있는 큰 하나의 조각에는 '1374년 플레바누스 산체 아그네티스의 스테파노와 카테리노가 함께 이 그림을 그렸다.'(MCCCLXXIIII STEFANUS PLEBANUS SANCTE AGNETIS ET CATERINUS PINXERUNT)는 글이 있어서 제단화의 제작 연대와 제작자를 알 수 있다. 제작 연대는 1374년이며, 제단화는 플레바누스 산체 아그네티스 소속의 스테파노와 카테리노가 협업으로 제작한 것이다. 스테파노는 바르톨로메오 디 파올로의 세례명인 스테파노 플레바노(Stefano Plebano)이며 카테리노는 카테리노 안드레아를 말한다.
조각 그림의 왼쪽 6개 장면은 초기 교회와 성체 교리를 수호한 인물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위쪽에는 세례자 요한(San Giovanni Battista), 성 베드로(San Pietro), 복음사가 요한(San Giovanni Evangelista)이 있고, 아래쪽에는 성 니콜라오(San Nicola), 성 프란치스코(San Francesco), 성 안토니오(Sant'Antonio)가 상징물과 함께 배치되어 있다.
조각 그림의 오른쪽 6개 장면은 교회의 핵심 진리를 전파한 인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위쪽에는 성 바오로(San Paolo), 성 안드레아(Sant'Andrea), 성 야고보(San Giacomo)가 있으며, 아래쪽에는 복음사가 마르코(San Marco), 성 제롬(San Girolamo), 성 도미니코(San Domenico)가 각각 그들을 상징하는 동물들과 함께 그려져 있다.
ㅣ피에르파올로와 야코벨로 달레 마세녜 공방 추정, '성모와 아기 예수'(Madonna col Bambino, Ambito di Pierpaolo e Jacobello Dalle Masegne)ㅣ
이 작은 조각상은 피에르파올로와 야코벨로 달레 마세녜 공방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에르파올로와 야코벨로는 형제지간으로 피에르파올로가 형이고 야코벨로는 동생이다. 두 사람은 14세기 말에서 15세기 초 베네치아 조각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형제 공방을 차려 작품을 생산했다.
조각상은 대리석 부조로 성당의 제단 상단을 장식하는 안코나(Ancona)였을 것으로 보이며, 부조의 재료는 베네치아 조각에서 많이 사용한 이스트리아 석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4) 16세기초 베네치아의 르네상스 회화(Pittura veneziana del Rinascimento del XVI secolo)
16세기 초 베네치아 회화를 열 수 있도록 개척한 두 거장으로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와 비토레 카르파초(Vittore Carpaccio)를 들 수 있다. 이 두 사람이 있었기에 16세기 베네치아 회화를 대표하는 3대 거장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틴토레토(Tintoretto),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가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조반니 벨리니는 베네치아 회화에 색채와 빛의 혁명을 도입하고 유화를 정착시키는 변화를 일으켰다. 먼저 빛에 의해 변화하는 색채에 주목함으로써 인물과 배경을 부드러운 명암으로 처리하였고 그림 속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았다. 두 번째로 종교적인 감정을 인간적인 감정으로 표현하여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슬픔과 자애로움을 그림 속에 불어넣었다. 세 번째로 기존의 템페라 기법에서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유화 기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색채감의 깊이를 만들어냈다.
한편 비토레 카르파초는 그의 화풍 속에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베네치아를 무대로 삼아 도시의 일상과 풍경을 서사적으로 기록하듯이 연작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카르파초의 그림은 그 속에 등장하는 의상, 소품, 건물, 동물 등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도시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당시 베네치아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가 되기도 한다.
ㅣ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의 '그리스도의 변모'(Trasfigurazione di Cristo)ㅣ
조반니 벨리니가 그린 '그리스도의 변모'는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과 베네치아 코레르 박물관에 각각 한 점씩 전시되어 있다. 유명한 것은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에 있는 '그리스도의 변모'이며 베네치아 코레르 박물관에 있는 '그리스도의 변모'는 벨리니의 초기 화풍으로 나폴리보다 23년 정도 앞선 1455년경에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신약성경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가 산 위에서 눈부신 빛으로 변하며 모세와 엘리야하고 대화하고 하느님의 아들임을 증명받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 속의 예수 그리스도 머리에는 후광이 없다. 대신에 노을빛이나 구름 사이의 빛을 이용해 기적 같은 장면을 보여준다. 예수의 발 아래에 있는 세 사람은 베드로, 야고보, 요한인데 빛 앞에 눈이 멀어 주저앉거나 엎드린 자세를 하고 있다
그림의 가장 아래에 쓰여진 글은 구약성경 욥기 19장 21절을 라틴어로 적은 것이다. 내용은 "나의 친구야 너희는 나를 불쌍히 여겨다오 나를 불쌍히 여겨다오"(Miseremini mei Saltem vos Amici mei)이다. 조반니 벨리니는 '피에타'나 '그리스도의 변모' 등 고난이나 슬픔을 다룬 성화를 그릴 때 이 구절을 넣어서 관람자들로 하여금 고통의 아픔을 함께 느끼도록 했다.
ㅣ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의 '두 천사가 부축하는 죽은 그리스도'(Cristo morto sorretto da due angeli)ㅣ
이 그림은 조반니 벨리니가 르네상스 초기에 그린 것으로 그의 매제인 안드레아 만테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보인다. 인물의 선명한 윤곽선과 예수의 몸이 조각처럼 단단한 신체로 표현된 것이 그런 인상을 준다. 그림의 제작 연도는 1460년경이다.
고개가 꺾인 채 죽은 예수의 몸은 축 늘어져 있고 가시 면류관을 쓴 머리와 창백한 피부색과 양손의 못자국 그리고 가슴의 상처는 인간으로서 겪은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예수를 부축하고 있는 두 천사는 아이의 모습이지만 얼굴에는 깊은 슬픔이 서려 있다. 한쪽은 체념한 듯 멍한 표정이고 다른 한쪽은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다.
ㅣ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의 '월계관을 쓴 젊은 성인의 초상'(Ritratto di giovane santo laureato)ㅣ
'성 포르투나토 초상'(Ritratto di San Fortunato)으로도 불리는 이 그림은 조반니 벨리니의 1470년경의 작품이다. 나무 패널에 템페라 기법으로 그렸다. 얼굴 모습은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측면 초상의 기법을 따르고 있어 벨리니의 후기 그림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순교자로 알려진 성 포르투나토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머리에 쓴 월계관은 순교자의 영광을 상징한다.
'월계관을 쓴 젊은 성인의 초상'이 벨리니의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곳곳에서 새로운 변화의 모습도 보인다. 검은색 배경은 인물의 심리적 깊이를 돋보이게 하며, 왼쪽에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은 얼굴에 자연스러운 명암을 만들어준다. 얼굴은 측면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정면을 응시하는 듯 시선을 먼 곳에 두고 있어 뭔가 명상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ㅣ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의 '십자가 처형'(Crucifixion)ㅣ
조반니 벨리니의 초기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매제인 안드레아 만테냐의 영향을 받아서 그림 속의 인물들은 조각상처럼 뚜렷하고 날카로운 윤곽선을 가지며, 옷의 주름은 단단하고 딱딱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십자가 처형'도 벨리니의 초기 작품이다. 그림의 중앙에 높이 솟은 십자가와 그 위에 매달린 예수는 인간의 고독과 희생을 양면적으로 보여준다. 십자가 아래에는 고개를 돌린 성모 마리아의 슬픔과 예수를 올려다 보는 사도 요한의 표정이 절망감으로 가득하다.
그림의 배경은 베네토 지역의 자연적인 풍광을 그리고 있지만 숨겨진 뜻은 죽음 앞에 침묵하는 자연을 상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하늘에 무수히 많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은 예수의 죽음이 곧 다가올 부활임을 의미한다.
ㅣ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의 '성모와 아기 예수'(Madonna and Child)ㅣ
1470년경에 그린 벨리니의 '성모와 아기 예수'는 그림이 상당히 많이 훼손된 채로 전시되고 있다.
훼손의 주요 원인은 대략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템페라 기법의 한계이기도 하다. 달걀 노른자를 안료와 섞는 이 기법은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내구성이 약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물감이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간다. 둘째 템페라 기법은 주로 나무 패널에 그림을 그린 제단화로 이 재질은 습도와 건조함에 취약하다. 특히 베네치아는 습도가 높은 해양성 기후로 인해 나무 패널의 뒤틀림이 발생하여 물감 층을 손상시킨다. 셋째로 과거에 시도했던 복원의 오류 문제다. 템페라 기법의 그림은 기후 변화의 환경 요인과 시간의 경과로 재료가 노화되어 그림이 손상되기 쉬운 단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업의 오류로 본래의 모습을 훼손하는 경우다. 부적절한 덧칠, 원본 물감과 다른 재료 사용, 잘못된 판단에 의한 프레임의 변형 등이 그것이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그림은 그나마 과거의 잘못된 복원을 많이 수정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