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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굵고크면볼드인가 Mar 13. 2023

게으름뱅이의 명상

언제까지 할지 나도 모름!

명상을 하기 시작한 지 고작 몇 주밖에 안 되었지만 요새하고 있는 명상 루틴을 써보려고 한다.

효과를 많이 본 것인지 아니면 빡칠 상황이 이 시기에 발생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명상 시작한 이후 난 입에 달고 살던 "아오, 빡쳐"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빡친 적이 없다.


유투브를 대충 둘러보니 엄청 고도화된 그 만의 세계가 있던데 삶이나 내 정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들은 못 들어주겠더라. 명상을 시작할 당시 심리적으로 지쳐있어 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자꾸 "이 화가 10년 후에도 낼 화인지 생각해 보라"라고 하는데 내일모레까지 끝내야 하는 일들이 외부의 상황으로 빠그라지는데 무슨 10년이고 100년이고 타령을 하지? 네가 뭔데? 너 뭐 돼? 같은 마음이 솟구쳐 올라서 이렇다 저렇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추천받은 것들은 다 건너뛰었고 평소 숨을 깊게 못 쉰다고 생각해 호흡명상이 맞겠다 싶어 호흡명상만 했다.


1. Breathe 애플리케이션

아주 간단한 앱으로 3가지 프로그램이 있고 그중 하나를 누르면 breathe in/ hold/ breathe out 이 세 가지 멘트만 해준다.

얼마나 길게 할 건지 조정이 가능하다.

자기 전 1분 30초가량 4-7-8 호흡을 했다.

평소 잠을 못 자는 건 아닌데 평생을 자기 전 잠을 이겨내려고, 어떻게든 깨어있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려고 하는 습관?이 있어서 자야겠다 마음을 먹으면 앱 켜놓고 핸드폰 화면 끄고 뒤집어놓은 후 호흡하고 잠을 잤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왜 잠을 이기려고 하냐는데 제가 뭘 알겠습니까...


2. 유투브 from laya, 아침 5분 요가_명상편

사무실에 도착하면 창문을 열고 괜히 아이허브에서 예전에 산 Aura Smudge를 분사하고 위 영상을 따라 했다.

바닥에 앉아서 하는 자세로 디렉션을 주는데 나는 사무실 의자에 척추를 세우고 앉아했다. 첫 부분은 호흡인데 위 앱처럼 들이마시세요, 내쉬세요, 하지 않고 내 호흡대로 하는 거고 뒷부분은 감사한 일을 떠올리라고 하는 감사명상이다.

처음에는 딱히 감사한 일이 없어 끄집어내는 게 일이었는데 "디저트 사 먹고 싶을 때 사 먹을 정도의 돈은 있어서 감사", "고양이가 밤에 놀자고 안 깨워서 감사" 이런 걸로 시작했더니 감사할 일을 찾아내는 게 이제는 쉽다.

이건 요가 다닐 때도 매번 뭐래-라고 생각한 거슬리는 부분인데 숨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어떻게 해보라는데 '숨은 폐로 갑니다'라는 생각은 저 멘트가 나올 때마다 한다. 베베 꼬인 내가 문제지.


3. 유투브 보디야나선원 명상TV, 호흡명상 10분 실습

여긴 명상에 관한 이론부터 실습까지 영상이 엄청 많은데 나는 10분 이상은 좀이 쑤셔 못하겠고 저 영상만 몇 차례 따라 했다. 주로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 딱히 할 일 없을 때 한다.

이 영상도 호흡에 대한 지시가 없고 내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기만 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영상일지라도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싫지만 좋은 말씀들을 쇼츠로 잘라서 올려주는 것은 되게 뜬구름 잡는 소리들이 아니고 맞는 말 많이 하셔서 그것도 가끔 본다. 숏폼에 길들여져서 긴 강연 영상? 이런 건 못 보겠다.


내 sns에도 썼지만 입으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 진짜 쉽게 잘하는데 사실 감사한 마음은 뭔지 조차 몰랐는데 감사 명상을 약간 해서 있는 감사, 없는 감사 쥐어짜 내봤더니 내가 감사한 마음을 깨우친 건지 감사할 일들이 생긴 건지 요새 감사한 일들과 감사한 분들이 많이 생겼다.


매일 하면 좋겠지만 강박 없이 하려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해야겠다 싶거나, 딱히 할 게 없는데 뭘 하지 싶을 때만 한다. 기록도 하는데 이것도 매번 하는 건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하고. 근데 그럼 루틴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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