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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굵고크면볼드인가 May 09. 2023

공부를... 시...작.......하게씀....니..다

공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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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지나갈 때마다 손님은 하나도 없는데 몇 년 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카페가 한 군데 있다. 핸드드립만 하고 있는 곳으로 알고는 있었고 중후한 나이의 사장님이 혼자 하셔서 뭔지 모를 고수의 향기가 느껴졌는데 말한 대로 항상 손님이 아무도 없어 쉽사리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요기까지 위 두 문장을 썼다는 것은… 드디어 가봤다는 것!


원두만 고르면 되었는데 이건 무조건 사장님 추천을 받아야겠다 싶어 원두 추천을 받고 커피가 나오고 두 모금 마시고 아무런 이야기도 하면 안 될 것 같아 맛있다고 아주 좋다고 했다.


여기까지 커피 맛에 대해 대충 저렇게 썼다는 것은 이 글이 커피 이야기가 아닐 거라는 것! (커피 맛이 별로 기대만큼 에잉, 이라는 것은 아니고 동네 잘하는 카페 커피가 다 별로로 느껴지게 좋았다.)






어쩌다 보니 두 시간가량 사장님과 이야기를 했다. 서로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어서 두 시간 동안 이야기한 건 아마 아닐 테고 아무 말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서로 이야기에 대꾸해주다 보니, 서로의 뻘쭘함을 참아주다 보니 리 된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분의 경력이 워낙 접근 불가할 정도로 화려하다 보니 정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중 하나는 공부를 하라는 이야기. 내가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저 "인간은 끊임없는 공부를 해야 되는 존재인 것이지요"라고 했으면 '아…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싫고요, 모든 교육과정의 목표가 오로지 졸업이었고요, 그마저도 자퇴하겠다 생떼를 써서 못할 뻔한 적이 쉽게 세어봐도 67번은 될 것 같고요, 인간은 되는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했겠지만(적어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대화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말에 울림이 있었다. (엄마 눈감아...)

 


집에 도착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공부가 뭐가 있을까 본격적으로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으로 박사를 하는 건 목적이 전혀 없고 흘러가는 대로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라 그간 커리어 패스는 커녕 커리어 패스라는 단어조차 생각한 적이 없지만 어쨌든 내가 흘러가는 대로 밟게 될 커리어 패스에 학위는 그다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 업무 종종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것들 중 영상이 있었는데 현재 한국 영상업계 혹은 세계 영상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대학교 선배가 대학교 2학년 때였나... 영상수업 첫날 심하게 헛발질하고 있는 나에게 전담으로 붙어 도움을 준 후 진지하게 “##아, 이 영상 수업 그냥 드롭할래? 너한테는 영상이 없어.”라고 한 말을 듣고 바로 드롭한 것이 사진을 찍어놓은 듯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학? 코딩? 마케팅? 아니면 브랜드 디자인 영역을 넓혀 브랜딩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것? 단어들만 떠올리다 결국 나는 쿠키런을 켜고 달렸다.



그리고 어제. 갑자기 UX라이팅이네! (나는 UIUX디자이너 아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고 어떤 순간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신탁을 받은 듯(신 안 믿음) UX라이팅이네!라고 했다. 난 잘 빡치니까, 오만 것에 불편함을 느끼니까, 왠지 이거 같다는 확신이 섰다. 전 직장에서 구글 오피스를 쓰다가 이직을 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쓰게 첫날 아웃룩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포워딩을 찾아가 “앞으로”라고 써진 것을 보고 개빡나였으니까 왠지 ‘이거 좋겠는데?’ 싶었다. 전직을 할 생각은 전혀 없어서 이게 쓸모가 있든 없든 상관은 없고 재미있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방금 전. 어제 퇴근 전 잠깐 어떤 책부터 보면 좋을지 찾아보다 퇴근시간이 되어 나가느라 접어둔 검색을 마저하며 UX라이팅 개요를 하나 훑어봤는데 그동안 내가 해온, 심지어 어제도 내가 한 업무가 UX라이팅이었던 것이 아닌가! (아닌가?) 단지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정제된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었을 뿐이지 프로모션 머터리얼을, 이용가이드나 회사/ 서비스/ 프로덕트 소개서, 제품에서(이 경우의 제품은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정말 제품. 제작물), 대과거에 만들었던 사보나 광고물에서, 디자인을 직업으로 시작한 이후부터 어제까지도 그리고 내일도 대체로 기획자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담당자들이 이런저런 내용이 들어갈 거라 대충 써갈겨놓은 문장을 사용자, 독자가 된 내가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다시 쓰고 다시 쓴 문장 안에서 요리조리 문장의 구조를 바꾸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다시 바꾸고. (내 브런치야, 미안하지만 나는 여기에 휘갈겨 쓰는 문장에 윤문을 하지 않는단다. 가끔 글 하나 휘갈겨 써놓는 것조차 게으른 나에겐…!)



독자가 사용자가 되고, 읽고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읽은 후 후속 액션이 따라오게 하면 되는 거 아님?으로 이해가 되자 신탁이 맞았구나 맞았어! 하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공부한 내용을 기록할지, 혹은 진짜 공부를 시작할지 조차 미지수이지만 아무튼 시작해 보렵니다. 총총총


 




+

아… 얼마 전 회사에서 박람회에 참가해서 그 경험과 제작 정보(은근히 찾기 어려움!)를 논문처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벌써 20일이 지났읍니다. 정신 차리고 조만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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