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못해도 끌리는 감각에 대하여
요즘 거리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스타일은
어쩌면 우리가 태어났던 시절,
그 90년대에서 온 것들이에요.
통 넓은 바지, 선글라스, 집게 핀, 가방..
그리고 늘어난 아디다스 트랙팬츠.
우리는 그 시절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 시절의 옷은 지금 우리 옷장에 있어요.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유행이잖아. 다시 돌고 도는 거지.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정체성을 찾으려는 세대의 언어다.
우리는 90년대를 겪지 않았지만
그 안에 있는 느낌을 상상한다.
그건 인터넷보다 테이프가 익숙하고,
카메라 대신 감성이 먼저였던 시대.
어쩌면 디지털이 너무 익숙한 지금,
우리는 그 이전의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빈티지를 고를 때 우리는 자주 묻는다.
이거 예뻐?보다 이거 그 시절 느낌이야?라고.
어쩌면 90년대를 살아본 적은 없지만,
그 시대가 주는 감각은 본능적으로 알아본다.
그건 직접 겪은 기억이라기보단
테이프와 흑백사진, 옛 영화 속에서 스쳐본 어떤 장면처럼
익숙하지 않은데 왠지 마음이 가는 느낌이다.
빈티지는 단순히 오래된 옷이 아니다.
그 옷에는 누군가의 기억, 사용감, 그리고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누군가의 하루를 함께했던 셔츠
수백 번 세탁되어도 무너지지 않는 재킷
90년대 아이돌이 입었을지도 모를 바람막이.
그 모든 요소가 빈티지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래서 빈티지는 감성보다도 더 오래 남는 것,
유행이 아닌 여운이 남는 옷이다.
누구는 말한다.
지금 유행은 90년대의 재탕일 뿐이라고.
하지만 지금 90년대생이 입는 90년대 옷은
그 시절을 복제하는 게 아니라 다시 쓰는 일이다.
그건 옷장 속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취향으로 재해석된 개인의 언어다.
우리는 그 시절을 살지 않았지만,
그 시대를 입는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오늘을 표현한다.
- 후루츠패밀리(Fruitsfamily) 에디터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