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문(연재)

외전 8 - 누구의 이름을 기록할 것인가

by Leo Song

9개의 문



외전 8 - 누구의 이름을 기록할 것인가


인트로


기록은 중립이 아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적는 순간,
다른 누군가는 지워진다.


선택은 나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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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도시의 ‘기록실’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수천 개의 서랍이 있었고,
각 서랍에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없었다.


검은 정장의 남자는 말했다.


“너는 선택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조건을 제시했다.


“너의 선택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기록해야 한다.”



1. 세 개의 봉투


기록실 중앙 탁자 위에
세 개의 봉투가 놓여 있었다.


검은 정장의 남자가 말했다.


“세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라.
그 이름을 기록하면
너의 이름도 기록된다.”


민호는 봉투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 봉투 — 이수진

두 번째 봉투 — 박태윤

세 번째 봉투 — 강도현

“이건… 무슨 장난이죠?”


남자는 감정 없이 말했다.


“장난이 아니다.
도시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2. 이수진


민호는 첫 번째 봉투를 열었다.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파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수진
17세
보호시설 전환 예정
‘기록 불안정’


민호는 눈을 찌푸렸다.


“기록 불안정이 뭐죠?”


“선택하지 못한 아이들.
결정되지 않은 존재들.
곧 사라진다.”

민호의 손이 떨렸다.


“사라진다고요?”


“도시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3. 박태윤


두 번째 봉투.


중년 남자의 사진.
작은 공장 앞에 서 있었다.


박태윤
48세
자영업
파산 예정
‘사회적 영향 미미’

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사람을 영향력으로 판단합니까?”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도시는 효율로 움직인다.”



4. 강도현


세 번째 봉투.


젊은 정치인.
화려한 미소.
뉴스 기사 캡처가 첨부되어 있었다.


강도현
34세
차기 시장 후보
‘기록 확정’

민호는 고개를 들었다.


“이미 기록된 사람 아닌가요?”


“그렇다.”


“그럼 왜 선택지에 있죠?”

남자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기록은 확정될 수도, 취소될 수도 있다.”

민호는 이해했다.


이 선택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권력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었다.



5. 도시의 균형


남자가 말했다.


“한 사람을 기록하면
한 사람은 지워진다.”


“무슨…”


“도시는 총량을 유지한다.”


민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럼 내가 누군가를 살리면
누군가는 죽는 겁니까?”


“기록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민호는 세 봉투를 바라보았다.


소년.
노동자.
정치인.


그의 손이
수진의 봉투 위에 멈췄다.



6. 뜻밖의 반전


그 순간,
기록실의 불빛이 흔들렸다.


서랍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또각—


기록실 입구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검은 정장이 아니었다.


흰 옷을 입은 노인이었다.

그는 민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속지 마라.”

검은 정장이 낮게 말했다.


“방해하지 마라.”

노인은 탁자를 가리켰다.


“이건 선택이 아니다.
이건 거래다.”

민호는 숨을 삼켰다.


“거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선택은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

검은 정장이 차갑게 말했다.


“도시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노인이 반박했다.


“도시는 핑계일 뿐이다.”



7. 민호의 깨달음


민호는 세 봉투를 다시 보았다.


갑자기 깨달았다.


이건
누구를 기록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는 봉투를 들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나는 이 방식으로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검은 정장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럼 너는 기록되지 않는다.”

민호는 조용히 답했다.


“그렇다면
나를 기록하는 방식을 바꾸겠습니다.”

기록실의 서랍들이
한꺼번에 열렸다.


빛이 폭발했다.



클리프행어


천장에서 새로운 문장이 떨어졌다.


“기록은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노인이 민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네가 기록실을 선택해야 한다.”

검은 정장이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기록실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틈 사이로
또 다른 공간이 보였다.


문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거대한 서판처럼 펼쳐져 있었다.



다음 화 예고


외전 9 ― 기록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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