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필요로 하지만 사랑하진 않아

by 한나



강산이 몇 번씩 바뀌어도 도무지 적응할 수도 없고
친해지지도 않는 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침을 맞는 일이다.

한방치료가 조금 더 자연 친화적일 거라는 주먹구구식 막연한 소견으로 한의원을 선호하지만 침 맞는 일은 수십 년 전, 초록을 머금었던 그때나 갈색이 짙어지는 지금에도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고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공포스럽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두 무릎이 서로 꼭 붙어 풀어지지 않는 경계태세다.

발바닥이 아프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누워있던 상체가 엉겁결에 벌떡 일으켜지는 통증에 악 소리가 절로 터졌고 더 못 맞겠다고 우는 소리를 냈다.

아무 말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날카로운 철이 오른쪽 발바닥을 뚫고 들어왔다.
어버버버 하는 내게 사람 좋은 의사 선생님은 한결같은 다정한 말투로 조용히 읊조리셨다.

'여기가 죽은 사람도 벌떡 일어난다는
용천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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