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by 한나


'아나운서 같아요'
'성우 같아요'
'계속 듣고 싶은 목소리예요'.

예전에도 가끔 들어 본 적 있는 말들이지만 종일 목소리로 작품 앞에, 관람객들 앞에 서 있는 지금은 그런 말들이 감사한 마음을 넘어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생각을 통과한 말이 성대의 떨림으로 소리가 되어 나올 때 몇 도의 온도로 공간을 채우고 듣는 이들의 귀에 어떤 모양으로 내려앉는 걸까.

어제 오신 관람객은 설명을 듣는 내내 눈빛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집에 가서도 설명해 주신 게 다 기억 날 것 같아요'
그 한 마디는 감사함을 넘어선 감동으로 나를 채웠다.

공간을 울렸던 소리의 파동은 사라졌지만 누군가의 귓가나 마음 언저리에 잠시라도 머무는 어떤 기운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 목소리는 의미를 얻는다.

고운 말을 써야 한다는 친정아버지의 가르침은 내 평생에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그날의 아버지의 태도와 목소리에서 전달되던 아버지의 마음이 내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언어의 온도를 믿는다. 그래서 말을 고를 때 마음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한 사람을 증명하는 도구로서 언어는 가장 큰 잣대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내 목소리가 귀를 막아 버리고 싶은 소음이 되지 않기를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듣기 좋은 목소리가 아니라 목소리가 그릇이라면 그 안에 담을 언어 또한 맛있게 다듬어진 낱말들로 정갈하게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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