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배우와 이름이 같아서 웬만해서는 잊어버릴 이름은 아니다.
관람을 끝낸 그녀와 선 채로 한 시간 넘게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단순한 관람객이라고 했던 그녀는 상당한 예술성을 지닌 아마추어 작가였다.
솔직히 말하면 내 눈엔 우리 지역 다수의 초대 작가들의 작품을 능가하는 미적 감각이 느껴져서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인물을 대상으로 인물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는 그녀의 작품들은 예술가들에게 요구되는 자기만의 개성화가 확실한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자기 색깔을 잃어버릴까 SNS도 닫고, 책도 많이 읽었더니 자꾸 고집이 생겨서 잠시 쉬는 시간을 택했다는 그녀.
그녀가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보여 준 그녀의 그림들은 나의 시선을 단번에 앗아 갔다.
파란색 옷을 입은 서너 명의 남자들이
구기 종목의 경기를 하는 듯한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오묘한 블루와 사람들.
그 가운데를 흐르는 오렌지색은 잠시 숨을 고르게 했다.
지금까지 인물화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를 그녀의 그림은 팔을 잡아끌듯 힘 있게 끌어당겼다.
그 힘이 얼마나 강하든지 엉겁결에
소장하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감사하다는 말 끝에 본인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며 전시회를 위해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더 고집을 부려보고 싶었는데 참았다.
그런데 자꾸 그림이 생각난다.
그녀의 자화상은 에곤실레의 자화상을 닮아 있어서 흠칫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중 형부가 처제의 몸에 꽃그림을 그리던 장면에서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자신도 언젠가 꼭 그려보고 싶은 그림이라고도 했다
그녀의 휴대폰 속 그림이 자꾸 눈앞에 아른 거린다.
이 무슨 조화 속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