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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by 한나

염색

이사한 막냇동생 집에 놀러 오면서 염색약을 챙겨 들고 왔다.
보름이 멀다 하고 흰빛을 반짝거리며 새순처럼 뾰족 뾰족 내미는 흰머리가 그렇게 꼴 보기 싫을 수가 없다.
주름이 늘어나는 것과 흰머리가 자라나는 것은 도대체 적응이 안 되고, 적응하는 순간 할머니로 전락할 거 같아 할 수만 있다면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이 둘은 서로 경쟁하듯 성장속도를 높인다.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할 나이인가 싶다가도 한 번씩 옹심이 올라 와 속이 부글부글 끓기도 한다.
인생의 모든 날은 과도기라더니 정말 그런 거 같다.
돌아가신 엄마가 마지막으로 우리 집을 다녀 가셨을 때 엄마는 염색약을 좀 발라 달라고 하셨다
잠깐만 자고 일어나서 해 드릴게요 하고는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는 이미 혼자서 염색을 다 끝낸 뒤였다.
20년도 넘었는데 여전히 그 일은 어제처럼 생생해서 염색약만 보면 가끔씩 묵은 체증처럼 끅끅 거리게 한다
동생도 언니 이따가 해 줄게 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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