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되어 있지 않은 낯선 번호가 뜨면 대부분 걸러 버리는데 오늘은 어쩐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익숙한 목소리다. 아 누구지? 전광석화처럼 재빨리 머리를 굴려봐도 떠오르는 얼굴이 없다.
황금례 씨 맞나요?
네에 맞아요 ~
근데 죄송해요. 목소리는 익숙한데
누군지 기억이 안 나요.
나 규희다 익숙하긴 뭐가 익숙해. 저쪽의 목소리가 냅다 살짝 높아졌다.
어제 갔던 미용실 원장 목소리와
너무 똑같았다.
한참을 깔깔거리고 웃었다
규희를 언제 봤더라?
언젠지 아예 기억이 없다
규희는 같은 동네 고향 친구다.
사실 윗마을 아랫마을 살아서 같이 공유했던 부분도 별로 없다.
게다가 우리를 스쳐간 세월이 못해도
40년은 훌쩍 넘을 거 같다.
그런데도 30분 동안 하하 호호
깔깔거리다가 조만간에
얼굴 한번 보자로 통화를 끝냈다.
정, 그것은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어딘가에 남아있는 그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