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부산여행 중 들렀던 기장 대변항은 여느 바다와는 좀 다른 이미지로 남았다. 항구 한쪽에서 노동요 같은 규칙적인 음률이 반복되게 들려왔고 소리를 따라 간 그곳에서 마주한 생전 처음 보는 장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멸치를 그물에서 떠는소리였다.
그물에 걸려 펄떡거리던 은빛 멸치들의 꿈틀거림은 살기 위해 몸부리 치는 모스 부호 같은 것이었다. 강렬한 그들의 언어에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어부들의 손놀림도 간절했다. 열 맞춘 팔 놀림과 노동요, 팔이 힘껏 내려쳐질 때마다 성긴 그물에서 대추알처럼 후드득 떨어져 내리던 은빛조각들.
잡으려는 자와 도망치려는 자의 줄다리기. 삶이란 애초에 잡고 잡히고, 먹고 먹히고의 연속이다. 바다라고 예외는 없다.
멸치들의 운명은 정해졌고 대변항을 대표하는 맛집의 명성답게 한 시간을 기다려 차지한 탁자 위에 새끼 꽁치만 한 멸치들로만 차려 낸 튀김, 무침, 탕...
입안에선 바다를 삼킨 은빛 몸들이 자아내는 고품격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엔 부족함이 없었지만 살고자 펄떡거리던 몸짓이 여전히 선명하다. 그래도 바다를 보러 가야 한다. 끝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