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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리스트

by 한나

나의 버킷리스트

너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신고 우리 하나의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설렘으로 걸어가면 얼어붙은 동토에도 연분홍 꽃들이 가득히 피어나리.
살포시 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 아득해진 가슴속으로 사랑의 강물이 흐르고 너의 손이 부드럽게 내 머리칼을 쓰다듬어 준다면 따뜻한 별들의 나라가 펼쳐지리.
종일 책을 읽다가 웃음처럼 뱃속이 꼬르륵거리면 근처 국밥집에서 따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우리의 허술해진 것들을 채워보리.
먼 이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작은 창밖으로 펼쳐진 하늘 위의 하늘을 너와 함께 내다볼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건 분명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세상일 거야.
동그란 소반에 내가 가진 모든 솜씨를 담아 정성껏 음식을 만들 때 너의 얼굴에 환하게 번져갈 흐뭇한 미소를 놓치지 않고 저장해 두고 싶다.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강변을 두 대의 자전거로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노라면 오월의 부드러운 미풍이 뺨을 스치고 아카시아 꽃향이 코끝에 와닿을 때 나는 아련한 꿈속을 달리고 있을 거야.
새벽이 열리고 아침이 붉게 밝아올 때와 산너머로 저녁놀이 장엄하게 안녕을 고해올 때 함께 경건한 감사의 두 손을 모을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나의 천국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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