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허벅지 위에 움켜 잡힌 새
저항을 뺏겨 버린 무력한 버둥거림
제 털이 제 몸에서 뽑혀 나가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공포
움직일 수 있는 건 꽃술 같은 부리뿐
날카로운 비명소리 가득해도
귀를 닫은 우리는 듣지 않는다
군데군데 뜯긴 살점은 피를 쏟고
무심한 남자는 더 무심하게
투두둑 툭툭 상처를 봉합한다
무자비하게 몸을 뚫고 들어오는
시린 바늘 끝에 울 기력도
잃어버린 거위들의 하얀 절망
아
우리는 어디서 용서를 얻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