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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by 한나

나무

딸이 태어나던 해
건물 뒤뜰에 오동나무 묘목을 심었다
결혼할 때 장롱을 만들어 줄 거라던
남편의 생각은 싹둑 잘려 나갔다

딸보다 나무가 빨리 자라
건물을 뒤덮는 바람에
뒷건물에서 민원을 넣었고
치솟던 나무는 풀썩 주저앉았다

앞만 보고 내달리던 남편은
가던 길을 돌아 서서
뒤늦은 안부를 매일 묻고 있다
그의 단어 속에 온기가 잡힌다
우리는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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