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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점에 가고 싶어졌다

by 한나

그릇점에 가고 싶어졌다

예쁜 그릇을 좋아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커피잔 한 두 개라도 사 들여야 마음의 즐거움을 지킬 수 있었다.
애써 만든 음식이 돋보이는 모양과 색깔, 어울리는 재질의 그릇을 생각하는 동안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던 피곤은 이미 달아나 버린다
예쁜 밥상을 차리는 즐거움은 새 옷을 입을 때의 설렘과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릇 욕심이 많은 내게 특별히 마음이 가는 그릇은 진갈색과 카키색이 버무려진 투박한 질감의 넓적한 수제 도자기다.
투둘투둘한 흙의 질감이 살아 있는 거기에 음식을 담으면 내 수고보다 갑절의 빛을 입혀 주던 그릇이다.
멋도 만들어 주고, 눈 맛도 내주는 기특하고 고마운 그릇, 색색의 채소들을 수북이 담아내면 이내 밥상이 푸짐해지고 마음에도 멋이 생겨나곤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매 순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어쩌면 그 아름다움이 삶을 지탱해 주는 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이 단순한 배고픔을 채우는 양식만은 아니듯 그릇도 음식을 담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눈으로 감각되는 美와 더불어 마음으로 느껴지는 정서에도 기여하는 고마운 사물임을 기억하게 한다.
마음을 주고 싶은 이들에게 정성을 다한 음식을 그 음식에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내어 주는 일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랑이다.
갑자기 그릇점에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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