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귀로

by 한나


나 떠나온 곳을 가지지 못했으니
돌아갈 길 또한 알지 못하네

허허로운 세상가운데
나는 나로서 존재한 적이 있었던가

가진 적이 없었으니 잃을 것도 없고
떠나온 곳이 없으니 돌아갈 곳도 없지만

그래도 돌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름다운 산하에 욕된 껍질들을
흘려둘 수는 없음이라

두려운 씨앗 하나 싹트게 하고
꽃 한 포기 일으킬 수 있다면
돌아가는 길 외롭지만은 않겠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