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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by 한나

감사

우리의 감사는 좀 더 본질적인 것으로 들어갈 때 근원적인 감사로 깊게 나아간다.
바라보는 서로의 눈동자에 진심과 존경이 느껴지는 김창옥 교수와 조로증환자 청년 원기의 대화는 이 아침을 극적으로 환기시킨다.
감사할 거리를 찾아 잡티 속에서 낱알을 고르듯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는 내게 저들의 대화는 삶에 대한 자세를 고쳐 앉게 한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구절은 우리에게 얼마나 때로 반항심을 불러일으키고 수긍할 수 없게 하는가.
죽음은 내 등 뒤의 그림자와 같다는 청년 원기의 말은 삶과 죽음이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다르지 않다는 소리로 들렸다.

애써 삶과 죽음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고, 분리해서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좋은 삶이 곧 좋은 죽음이며 좋은 삶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먼저 살다 간 이들의 뒤를 따라 삶이란 여정 위에 오르는 같은 형상을 한 후대의 사람들에게 봄날의 훈풍 같은 위로와 고마운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의 삶의 방향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열개를 가졌으면 더 많이 감사하고 하나를 가졌으면 그 하나에 깊이 감사하면 될 일이다.
우리의 감사의 방향은 공중에 흩어지는 홀씨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생명과 삶을 허락하신 우리의 측량을 벗어나는 창조주께로 마땅히 돌아가야 한다.
"집마다 지은 이가 있으니 천지를 지으신 이는 하나님이시니라"
지극히 하찮은 작은 물체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목적과 열심히 만들어지고 이루어지는 것인데 하물며 이 정교하고 오묘한 세계가 어느 날 어떤 사건으로 짠하고 나타난다는 가설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결코 증명해 낼 수 없을 것이며, 이 이론은 명쾌한 뒷심을 가질 수가 없다
창조는 절대적으로 과학을 넘어선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성경은 이 열여섯 글자로 피조물이 측량할 수 없는 우주역사의 포문을 연다.
이 보다 명쾌한 이론을 본 적이 있는가 열개를 부여받은 자는 열개의 몫으로 기여해야 한다. 어쩌면 한 개를 얻은 자보다 열개를 받은 자의 삶이 훨씬 더 무겁고 힘에 겨울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모두의 감사는 마땅하고 당연한 것으로 귀결된다.
수천 피트 상공 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형언키 어려운 평안이 나를 지배하고 있음을 느낀다 감사다.
비행기 기종이 변경되어서 자리를 체크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조금 일찍 공항에 도착했는데 나와는 별 관계가 없는 문자였지만 앞자리로 바꿔 주겠다길래 고마웠다.
안정감을 느끼는 앞자리를 좋아하는 내게 세 번째 줄은 너무나 반가운 자리다.
살다 보면 작은 즐거움들이 시시때때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고 뭉친 어깨의 근육을 풀어주며 닫힌 창을 열어젖히듯 마음을 환기시킨다.
오늘 김창옥교수와 청년원기의 대화는 나를 조금 깊은 사고의 방으로 이끌었다.
무지무지 감사하다.
착륙을 알리는 안내멘트가 울린다.
한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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