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연금술

by 한나

언어의 연금술

닫았던 빗장을 조심스레 열어보기로 한 것도 그의 말 때문이었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말투와 조심스러워진 단어들에 섣부른 믿음이 생겨 버린 것이다.
결국 밑천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바닥은 생각보다 너무 얕았다.
언어는 저절로 다듬어지거나 저 혼자 품위를 갖추지 않는다는 걸 수십 년 몸으로 체득한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역시 나는 입체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걸 이렇게 또 확인하게 된다.
우리 애들은 엄마는 행복의 기대치가 낮아서 좋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도 에둘러 나의 단세포적이고 평면적인 정신세계를 꿰뚫어 본건 아닐까 싶어진다.
언어, 말.
우리의 호흡이 있는 동안은 멈출 수 없는 것이고, 생명활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고, 반대로 말 한마디로 철천지 원수가 되는 경우도 분명 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크게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말은
마음과 다르게 쏟아질 때가 많다.
말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은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다.
내 말의 기세를 꺾으면 내 자존심도 같이 꺾이는 느낌에 종종 고민하게 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한다.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는 '언어에 실수가 없으면 완전한 자'라고 했다.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중 완전한 자가 얼마나 있겠으며, 완전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그렇더라도 조금만 나를 살핀다면 덕이 없는 말은 거르고 내가 하는 말이 듣는 사람의 가슴에 비수가 되는 말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어쩌면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매너의 끈을 놓아 버리고 방심한다면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정의할 때 과연 무엇으로 기준을 삼을 것인가
누군가의 존재는 그의 외형적인 모습이나 그의 재력이나 실력보다는 그가 사용하는 언어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때에 맞는 말은 얼마나 우리를 부드럽게 하고 때로 황홀하게 하는가.

생각해보면 그 한마디 때문에 누군가는 미소로 남아있고, 누군가는 생채기로 남아 있다.
부끄럽게 기대해 보는 것은 비록 언어의 완벽한 연금술사가 될 순 없겠으나 내가 뱉은 말이 누군가의 가슴을 긁어 옹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빛나게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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