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닭고기는 어디로

by 한나

내 닭고기는 어디로

닭 한 마리 폭 고아서 국물도 먹고 살코기 뜯어서 닭칼국수나 해 먹어야겠다 싶어서 껍질도 벗기고 기름도 일일이 다 잘라낸 후 끓는 물에 한번 데쳐놓고, 몇 달 전부터 생수 대신 마시려고 칡, 둥굴레, 뽕나무, 초석잠 집에 있는 건 다 넣고 한약처럼 진하게 끓여 뒀던 약물을 냄비에 가득 부었다.
마늘도 넉넉히 한 줌 넣고 이제 푹 끓이기만 하면 남은 더위쯤이야 거뜬하게 날려 버릴 보양식이 입으로 들어 올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슬슬 냄비 바닥에서부터 물이 데워지는 걸 보며
닭 요리와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오이지 몇 개를 꺼내서 쫑쫑 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들려온 제법 큰 소음,
'짜자작 찍 퍽' 가스레인지 위에서 생전 처음 들어 본 소리가 쏟아졌다
놀라 쳐다보니 냄비 뚜껑이 돌 맞은 차유리처럼 거미줄 무늬로 금이 갔고 중앙에 있던 냄비 꼭지가 아예 터져서 밖으로 튕겨 나가 있었다.
막 끓기 시작한 닭 위로 유리조각이 떨어져 있고, 냄비 테두리에 작은 유리 가루들이 띠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황당한, 이런 억울한..
왜 그랬을까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면 중간에 냄비 뚜껑을 헹궈서 덮었는데 온도차 때문이었을까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다.
맛있는 닭고기를 먹을 생각에 열려있던 위장을 다시 닫아야 하는 씁쓸함이라니
왜 ~

작가의 이전글언어의 연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