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다
유월 첫날의 여운을
다 지우지도 못했는데
또다시 들려온 낙화 소식에
적당한 인사의 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큰 키에 곱고 순한 얼굴
어린아이처럼 여린 품성
조용조용한 목소리와
언어 속의 다정한 온기
잔잔한 삶의 열정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닮았던 그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수줍음이
온몸에서 배어 나오던
꽃보다 더 꽃 같았던 그녀
모든 꽃은 지기 위해
목숨 바쳐
피어나는 것이지만
시들기도 전에
떨어지는 것은
바라보는 이들의 심장을
무참히 흔든다
그녀의 마지막 길에
세이지 한 다발 놓아두면
그녀 닮은 하얀 나비 한 마리
나풀나풀 날아오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