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 장아찌

by 한나

청양고추 장아찌

집옆 마트는 내 의 식 주중 식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고마운 곳이다.
저녁 늦게 바람도 쐴 겸 한 바퀴 빙 돌다 보면 생선이며 야채들이 정상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표를 붙이고 제발 나 좀 데려가 달라고 애처롭게 쳐다본다.
할인품목 외에도 가끔씩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채소들을 만나면 일단 욕심을 내고 본다.
고기에는 무심해도 초록잎에는 유난히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날은 청양고추 한 보따리에 5천 원도 안 했으니 절대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덥석 끌어안고 왔다.
고추다짐을 하기엔 양도 너무 많고, 건초염으로 손가락 통증에 시달리는 지라 칼질도 자신이 없고,
가장 편한 방법은 간장을 달여 붓고 장아찌를 담그는 것이렷다.
깨끗이 씻고 꼭지를 적당히 자르고 간장이 배이도록 끝부분도 손톱만큼씩 잘라냈다. 속이 열리면서 매운 내가 무섭게 치고 들어왔다. 제 아무리 땡초라도 식초와 알코올까지 공격을 받으면 도리없이 순순해지겠거니 싶어 팔팔 끓인 간장을 들이부었다.
익을 만큼의 날짜가 지나고 하나 꺼내서 맛을 보다가 눈물이 쏙 빠졌다.
오히려 독이 더 오른 듯 작게 잘라서 밥 속에 감추거나 김에 싸서 먹어도 위장을 삭삭 긁는 느낌은 그대로였다.
이제 반찬이 아니라 애물단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맵찔이 동생네는 물어보나 마나일 테고 당근에 나눔을 하자니 집에서 만든 음식 나눔은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저걸 어쩌지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고추 한 개로 몇 끼는 나눠먹어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찌개나 국에 넣어 보기로 했다.
우려는 깔끔하게 빗나가고 된장국이 칼칼하게 살아났다.
매운맛이 필요한 어떤 곳이든 맛깔나게 조화를 이뤄준다.
자칫 버림받을 뻔했던 천덕꾸러기가 효자로 당당하게 등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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