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풍경을 가리고 있던 집 옆 모델하우스가 해체되고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붉은 흙바닥이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고향인 듯 반갑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창세기 3:19
누가 말하지 않아도 무의식 중에도 동질의식을 느끼는 걸까.
꽁꽁 졸라맸던 허리띠를 풀어 제치면 숨길이 시원하게 트이는 것처럼 흙은 언제든 긴장이 풀어지게 하고 내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는 반가운 물질이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걷다 보니 집이 가까워질수록 종일 서 있어서 하중이 실린 발바닥이 찌릿찌릿 통증이 느껴졌지만 흙바닥 위로 떨어지는 여름 저녁의 멋스러움을 마주하며 한걸음 한걸음 옮겨 놓고 있는데 작은 돌멩이 하나가 발길에 차였다.
그 순간 미리 짜 놓았던 각본처럼 방송인 김원희 씨가 키우던 반려 돌멩이가 불쑥 떠올랐다.
주먹 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돌멩이를 애지중지 물을 먹여 주기도 하고, 먼지를 닦아 주기도 하며 외출할 때도 들고 다니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좀 특이하고 별스런 모습이었다.
그날 방송엔 동료들과 바닷가에 나갔다가 반려 돌멩이를 잃어버린 사고가 생겼다.
원희 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처럼 당황스러워하며 반려돌을 찾아 헤매느라 정신이 없었다.
동료들은 힐끔힐끔 원희 씨 눈치를 살피며 찾는 시늉만 하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비슷한 돌을 주워 이거 아니냐고 놀리기까지 했다. 그때
눈물이 그렁그렁한 원희 씨를 보며 동료들은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의아한 표정으로 서둘러 웃음을 집어넣고 함께 찾아다녔으나 그 넓은 바다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찾는 일은 결국 실패했다.
남들에겐 이해되지 않는 모습, 때로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는 지극히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누군가에겐 특별함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
원희 씨 손에서 잠시 생명을 얻었던 돌멩이처럼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님의 시처럼 세상 모든 것은 누군가에겐 더없이 값지고 소중한 이름이 될 수도 있음을.
비록 빈곤하지만 너에게만은 큰 의미가 되고 싶은 그 마음이 지친 나를 끌고 있다.